中 "곡물 수입 줄여라"…국내 가격 방어 나서 [원자재 포커스]
중국이 국내 곡물 수입 업체들에 외국산 곡물 수입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 최대의 보리 및 수수 수입국인 중국의 이번 조치는 호주와 미국과 같은 주요 수출국 생산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주요 수입 업체에 외국산 보리와 수수 구매를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올해 곡물 수확량이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해외 수입 억제로 국내 공급 과잉을 완화하고 중국 내수용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곡물 수입량 감소 추세. (검은색: 보리, 분홍색: 수수, 노란색: 옥수수/ 자료=USDA, 블룸버그통신)
중국 곡물 수입량 감소 추세. (검은색: 보리, 분홍색: 수수, 노란색: 옥수수/ 자료=USDA, 블룸버그통신)
중국 당국은 내수 경기 침체 및 수요 감소로 국내산 곡물 가격이 하락하자 수입 관련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국제 가격 변동이 국내 곡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수입 업체들에 해외산 곡물 수입 억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중국 세관은 일부 업체들에 외국산 옥수수 수입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했다.

중국 컨설팅회사인 BOABC의 수석 분석가 마웬펑은 "경제가 정말 나쁘고 사회 전체의 전반적인 수요가 침체하고 있다"며 "정부는 곡물 가격을 인상하고 농장 소득을 늘려 농촌 지역의 수요를 활성화하고자 한다"고 블룸버그에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옥수수 수입 통제를 시작으로 점차 곡물 수입 통제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보리와 수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외 수입량을 할당하지는 않고 있다. 연간 관세율 할당 제도에 따라 옥수수와 밀에 대한 해외 수입을 관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에서 수입산 보리 및 수수는 옥수수 대신 가축 사료로, 품질이 좋은 보리는 맥주 원료로도 쓰인다.

이번 조치는 중국 내 곡물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일부 곡물의 해외 수입량은 작년보다 늘어난 데에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옥수수, 수수, 보리 가격은 모두 3년 중 최저 수준이지만, 중국 남부 지역 항구의 옥수수 재고는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해외산 수수 수입은 올해 상반기 동안 521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이 중 미국에서 들여온 양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 보리 수입은 전년 대비 67% 늘었으며 호주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중국이 호주산 보리에 80%에 달하는 기존 관세를 철폐한 영향이다.

이번 조치는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의 보리 및 수수 거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0월 및 11월까지의 보리 및 수수 선적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