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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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890년 국호를 대일본제국(大日本帝國)으로 바꿨다. 일본 제국, 더 줄여 일제라 부르는 그 이름이다. 일제는 전쟁에 몰두한 나라였다. 1894년 청일전쟁부터 러일전쟁, 1차 세계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까지 거의 10년에 한 번꼴로 전쟁을 일으켰다.

민주 국가가 아니었다. 군부 독재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계속해서 전쟁을 일으키려면 일반 시민의 지지가 필요했다. <제국 일본의 프로파간다>는 그 이야기를 한다. 책을 쓴 기시 도시히코는 교토대 동남아시아지역연구소 교수다. 그는 판화와 사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일제가 어떻게 자국민에게 전쟁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는지 보여준다.

청일전쟁(1894~1895)이 벌어졌을 때 평범한 일본 사람들은 전쟁에 관심이 없었다. 그때 관심에 불을 지핀 것이 판화의 일종인 니시키에(다색 목판화)였다. 일본군이 싸우고, 승리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려 인기를 끌었다. 정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상력이 가미됐다.
10년에 한번꼴로 전쟁을 일으킨 일제의 선동전략 [서평]
러일 전쟁(1904~1905) 땐 인쇄술이 눈에 띄게 발달해 사진을 실은 신문이나 다색 석판 인쇄로 찍어낸 삽화와 만화 등이 니시키에를 대체했다. 이런 출판물은 ‘전승(戰勝) 신화’라는 집단적 기억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세기 초 보급되기 시작한 활동사진, 즉 영화는 또 다른 영향력을 발휘했다. 중일전쟁(1937~1945) 시기 일본 국민이 총동원체제, 즉 징병제와 군수 동원을 받아들인 것은 뉴스 영화와 군사 영화의 이미지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만주사변(1931~1932) 무렵부터는 언론마저 정부와 군부의 프로파간다 전략에 적극 가담했다. 신문사들은 박력 넘치는 현지 사진들과 함께 전쟁 속보를 내보내며 전쟁의 스펙터클을 전했다. 신문을 보지 않던 사람들까지 독자로 끌어들여 판매 부수를 대폭 늘렸다.

책은 이처럼 판화, 사진, 영화 같은 새로운 매체의 출현을 논의의 중심에 두는데, 분석이 알차지 않다. 시각 매체를 통해 일본군의 우수성을 알린 덕분에 일본인들이 전쟁을 지지하고 따랐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당시 일본인들이 처한 상황은 어떠했고, 왜 정부의 선전 전략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내밀한 사정이 책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