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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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향후 10년간 전력망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흐름과 맞물리면서 전력 필요량 대비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전력 대란’이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미즈호증권은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 400테라와트시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규모는 2022년 영국의 총 전력 생산량을 초과하는 수치다. 데이터센터 한 부문만으로도 개별 국가의 전력 생산량에 맞먹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센터 업계는 늘어나는 수요를 기존 발전소가 감당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며 전력 공급업체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대량의 전력을 빠르게 공급받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친환경 기조에 따라 석탄발전소가 폐지되고 있어서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업체 PJM 인터커넥션에 따르면 2030년까지 40기가와트의 기존 발전소가 폐쇄 위기에 처해있다.

이를 대체할 친환경 발전은 공급 속도가 턱없이 느리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는 인프라 설치부터 전력 수급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대 10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현재 약 290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전력망에 공급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연결 승인을 받은 프로젝트는 극히 적다.

PJM 측은 지난 7월 “석탄 발전소 폐쇄 속도가 새로운 발전소 건설 속도보다 빠르다”며 “전력 시스템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PJM은 버지니아를 포함해 총 13개 주에서 전력을 공급 중인데, 이 지역은 세계 최대 데이터 센터 시장이기도 하다.

동시에 데이터 센터는 갈수록 필요 전력량이 많아질 전망이다. CNBC는 “과거에는 대규모 제조 시설이라 하더라도 100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한 개의 데이터 센터가 그보다 3~15배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PJM은 전력 수요가 2039년까지 4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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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제조 시설이 돌아오는 ‘리쇼어링’도 이들 입장에서는 경계의 대상이다. 제조 시설이 늘어난 만큼 필요 전력량이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회사 경영진들은 데이터 센터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 미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페터 스칸체 넥스트에라 에너지 부사장은 “(전력망이) 데이터 센터와 제조업을 지원할 수 없다면 미국 대기업의 핵심 비즈니스도 성장할 수 없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는 이를 정확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