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문 앞에 선 보육원 네 친구, 꿋꿋해서 뭉클해
평생을 보육원에서 자란 4명의 아이들. 자신을 받아줄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차 스스로 세상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 됐다. 이들 마음속에는 선택받지 못했다는 상처와 보육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 서야 한다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4명의 친구는 세상으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연극 놀이를 시작한다.

국내 창작 뮤지컬 <비밀의 화원>의 줄거리다. 영국 출신 소설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1909년 발표한 동화 <비밀의 화원>을 테마로 한다. 4명의 등장인물이 동화를 연기하는 이야기를 그린 액자식 구성 작품이다.
세상의 문 앞에 선 보육원 네 친구, 꿋꿋해서 뭉클해
<비밀의 화원> 속 등장인물들 역시 각자의 아픔을 지녔다. 이들은 성에 숨겨져 있던 '비밀의 화원'을 찾은 일을 계기로 우정을 싹틔우며 상처를 치유받는다. 자신들의 삶과 오묘하게 겹치는 이 동화 속 이야기에 빠져든 보육원의 4명의 아이들도 서로의 우정을 단단히 다지고,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 작품의 매력은 포근함이다. 관객이 실제로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하듯 따뜻하고 행복하지만 은은한 슬픔이 깔려있다.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지만, 작품 속 세상을 극장 안에서 잔잔하게 만들어 나간다.

관객을 작품 속 세상으로 초대하는 데에 무대 디테일이 큰 역할을 한다. 모형 새, 꽃, 책, 책상 같은 작은 소품만으로도 귀엽고 따뜻한 놀이방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이 연극 놀이를 시작할 때면 영상을 활용해 주인공들이 펼치는 상상의 세상이 무대에 펼쳐진다. 벽 뒤에 숨겨져 있던 비밀 정원이 드러나는 순간, 어렵고 두려운 현실을 진짜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환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세상의 문 앞에 선 보육원 네 친구, 꿋꿋해서 뭉클해
무대에서 향기 나는 효과도 이 공연의 특별한 관람 포인트. 포근함과 따뜻한 냄새로 실제 정원에 들어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주인공들이 동화 속 이야기로 들어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듯, 관객도 잠시나마 잡념을 내려놓고 <비밀의 화원> 속 세계에 직접 들어오길 초대하는 공연이다.

러닝타임도 1시간 40분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발랄한 음악이 이어져 어린 자녀와 좋은 작품이다. 그렇다고 마냥 유치하지는 않다. 같은 공연이지만 어린 자녀가 보는 시각과 어른이 보는 시각이 다른 작품이다. 어린이들에게는 아름다운 동화 속 이야기, 어른에게는 미성숙한 아이들이 어떻게든 두 발로 서서 세상을 나아가 어른이 되려고 나아가는 달곰씁쓸한 이야기다. 공연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9월 22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