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경찰이다. 디즈니플러스 8부작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서 조진웅은 경찰 백중식 역으로 열연한다. 조진웅은 경찰 역할을 참 많이 맡는다. 드라마 ‘시그널’에서는 뚝심 있는 경찰을, 영화 ‘경관의 피’에서는 위법도 가리지 않는 광역수사대 에이스 형사를, ‘독전’ 시리즈에서는 집요한 형사를 연기했다. ‘사라진 시간’ ‘용의자 X’ 등 형사물이 아닌 작품에서조차 다양한 경찰 캐릭터를 보여줬다. 조진웅은 실제로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팀에서 합숙하며 ‘온몸으로 배운’ 연기자로 유명하다. 지난 14일 서울 연남동에서 배우 조진웅을 만났다.
"사기당해 장물 은닉…현실에 있을법한 형사, 마음이 가더라"
▷또 경찰이다. 이번에 맡은 경찰은 ‘생활밀착형’이라고 표현하던데.

“사기를 당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는데 범죄 현장에서 10억원을 발견한다. ‘그럴 때 어떻게 할 건가, 난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경찰이라고 해서 그런 유혹이 없을까. 실제로 형사들은 줄곧 그런 얘기를 한다. 우린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사람이라고. ”

▷극 중 백중식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형사로서 강인해진달까?

“백중식을 비롯해 모든 캐릭터에게 각자 상황에서 극한의 조건이 계속 생기다보니 온갖 본성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걸 관전하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다. 초반 2부에서 10억원을 백중식이 가져가지 않았다면? 작품은 그걸로 싱겁게 끝났겠지(웃음). 사실 경찰이 장물 10억원을 훔쳐 가는 건 심각한 범죄 아니겠는가. 근데 10억원을 한 번에 쓰진 않더라. 일단 이자부터 갚고. 아주 나쁜 형사는 아니지만 용납은 안 되는 인물이어서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미지가 변한다.”

▷준비 과정과 촬영 과정은 어땠나.

“추격전이 가장 힘들었다. 제대로 된 액션을 하면 중요 장면은 대역을 쓰는 편인데 이번엔 그냥 헉헉대면서 나대로 하는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그게 참 힘들었다(웃음). 극 중 배경인 호산시는 잘사는 동네가 아니다. 집이 다 허름하다. 서울 어디 외곽 지역이었고 세트 없이 실제 로케이션(야외 촬영)이다. 그런 부분이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였다.”

▷‘오징어게임’ ‘더 에이트 쇼’ ‘머니게임’ 등 돈과 인간의 군상을 다룬 작품이 인기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인간의 본성을 드러나게끔 해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는 제목의 의미처럼 모든 캐릭터가 갈 데가 없다. 사실 다들 갈 데까지 간 거다. 다들 요즘 너무 힘들지 않나. 그런 밑바닥 심정을 담고 있어서일 것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