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 대연캠퍼스 전경.  부경대 제공
부경대 대연캠퍼스 전경. 부경대 제공
부산 지역 대학들이 글로벌과 로컬을 아우르는 ‘글로컬’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아대와 동서대가 교육부의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데 이어 부경대는 양자기술을 활용한 금융산업 혁신을 추진 중이다. 이들 대학의 글로컬 혁신 노력은 지역 산업 발전과 인재 유출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동아대와 동서대가 교육부의 글로컬대학에 연합유형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에 따라 두 대학은 정부에서 향후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는다. 양 대학은 ‘통합산단’ 개념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부산시와 대학의 공동 이익을 실현하는 개방형 연합 대학 모델로, 현장 중심의 4대 특화 분야(에너지테크, 바이오헬스, 문화콘텐츠, 부산 헤리티지)에 중점을 둔 지산학(지역·산업·학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으로 이뤄진 기존 대학 시스템의 틀을 깨고 대학이 직접 산업 현장을 찾아 지역 정주형 특화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동아대의 고기능성 밸브 센터, 동서대의 메타버스 실증센터 등은 전문경영인(CEO) 원장 중심의 융합 연구 거점으로 확대된다. 이를테면 고기능성 밸브의 기술 적용 분야를 수소와 전력반도체 분야까지 늘리는 식이다. 지식재산권(IP) 관리를 통한 지분 투자, 상장, 기술이전 등을 적극 추진해 최종적으로는 매출 2000억원 규모의 통합 산단을 조성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부경대는 금융산업과 양자기술의 융합을 통한 혁신을 추진 중이다. 부경대는 최근 부산시 RIS(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에 선정돼 ‘금융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시스템 연구 생태계 조성 및 고급인력 양성’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

과제를 주도하는 박희철 부경대 물리학과 교수는 금융산업의 복잡성 증가에 주목했다. 머신러닝 등 첨단 기법 도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확실성과 민감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기존 컴퓨팅 기술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박 교수는 대규모 고속 연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팅 기술을 제시했다.

부경대 연구팀은 이번 사업을 통해 △금융 전문가용 양자컴퓨팅 사용자 친화적 플랫폼 개발 △양자 소재·소자 연구 기반 구축 △양자컴퓨터 성능 향상을 위한 위상 초전도 소재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KAIST가 주관하는 양자대학원에 부경대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부경대는 이번 과제를 올해 하반기 개설할 예정인 부경대 양자대학원 운영의 마중물로 삼을 방침이다.

부경대 양자대학원은 지역 두뇌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금융 분야에 양자컴퓨터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물리학, 컴퓨터 과학, 수학, 금융공학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전문인력 양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교수는 “부산의 금융산업 고도화에 양자컴퓨터 기술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KAIST와 협력해 양자컴퓨터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