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철회…"시장 지지 못 얻어" [종합]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명분으로 추진한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안을 끝내 철회했다. 지난달 11일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한지 49일 만이다.

29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긴급이사회를 소집하고 두 회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하려던 당초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두 회사는 각각 대표이사 명의 주주 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들과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향후 시장과의 소통, 제도 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룹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 사항을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주총회 등의 일정도 재조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애초 다음달 25일 예정된 주주총회 날짜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 합병은 지속 추진된다. 이 경우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리돼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남게 된다.

일반 주주는 두산그룹의 이번 조치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안 중 일부를 철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이 분할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은 철회 또는 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포괄적 주식 교환을 철회했다고 해서 이 사건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며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기존과 달라지는 게 없고, 기존 안대로 밥캣을 로보틱스에 빼앗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후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 주주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두 차례에 걸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두산그룹 관련주 주가는 요동쳤다. 오후 장중 한 매체를 통해 두 회사 간 합병 철회가 보도되자, 직전 5.63%까지 올랐던 두산밥캣은 급락세를 타 3.33% 밀린 가격에 마감했다. 약세를 보이던 두산로보틱스는 한때 11.35%까지 급반등했고 결국 4.84% 오른 가격에 장을 끝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약세를 이어가 3.95% 하락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