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65만 간호사 '숙원'…"간호법 후속 작업에 신발끈 질끈"
“19년간 간호법 제정 시도만 다섯 차례였습니다. 간호법은 65만 간호사의 숙원이었죠. 간호법 제정으로 첫 단추가 끼워졌습니다. 이젠 후속 시행령 등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묶고 더 열심히 뛸 겁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은 29일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한국 간호사와 시스템을 널리 알리는 ‘K간호’ 시대를 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됐다. 2008~2012년, 2018~2023년 네 차례 대한간호협회장을 지내고 2012~2016년 19대 국회의원으로 간호법 제정에 앞장선 그는 법안 탄생 주역으로 꼽힌다.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간호사로 생활한 그에게 간호법 제정은 ‘꼭 이뤄야 하는 꿈’이었다. 그는 “17년 넘게 현장 간호사로 근무해보니 제도적으로 불합리한 게 많지만 현행 의료법으론 풀어낼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했다.

법안 통과를 위해 전국을 오가다 보니 서울역은 첫 번째, 용산역은 두 번째 아지트가 됐다. 공식 석상에서 신을 구두는 늘 가방에 따로 넣어두고 운동화만 신고 뛰었다.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면서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엔 기죽은 간호계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직접 버스 투어를 돌았다. 국민 설득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작년에 한 달은 김삿갓처럼 전국을 다니며 직접 여론 조사를 했다”며 “특정 지역에서 법안 반대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파악해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법안의 필요성을 홍보했다”고 회상했다.

간호법 제정으로 진료지원(PA) 간호사 역할이 명확해지면 간호사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환자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신 위원장은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의료 분쟁이 생길 때 간호사를 보호하는 것은 ‘간호사는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한다’는 의료법 한 줄뿐이었다”며 “현행 의료법에선 의사가 있는 병원에서 간호사가 혈압을 재는 것은 괜찮지만 병원 밖에서 재면 불법”이라고 했다. 의사 없는 지역 보건소에서 간호사가 혈당을 재거나 간호 면허가 있는 양호선생님이 학교 보건실에서 상처를 치료하는 게 모두 불법이다. 간호법 제정으로 이런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줄면 국민도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게 돼 ‘건강권’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법안 통과 비결을 묻자 그는 “간호사의 진심에 국민들이 신뢰를 보낸 덕”이라고 했다. 신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때도, 올해 의료대란에도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다”며 “아플 때 믿을 사람은 의사와 간호사뿐인데 당연히 현장을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