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갈리 박사 X
사진 = 갈리 박사 X
덜 익힌 돼지고기 섭취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스캔 사진이 공유돼 충격을 자아낸다.

최근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대 의대 병원 응급실 의사인 샘 갈리 박사는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돼지 촌충으로도 알려진 기생충 태니아 솔리움의 유충에 의해 낭미충증(cysticercosis)에 걸린 환자의 CT 스캔 사진을 공유했다.

낭미충증은 촌충의 유충이 근육이나 내부 조직에 침범할 때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 유충은 피부 아래 혹처럼 단단한 석회화된 낭종을 형성하며, 스캔 검사를 실시하면 흰색 타원형의 쌀알 모양으로 밝게 보인다. 공개된 스캔 이미지를 보면, 이와 같은 모양이 다리 전체에 넓게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쌀알 석회화(rice grain calcifications)'라고도 한다.

감염의 원인이 되는 촌충은 덜 익힌 돼지고기 등을 통해 그 알을 섭취했을 때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몸속에 들어간 알이 유충이 되며 이 유충이 혈류로 들어가 근육이나 다른 장기와 같은 곳에 침입한다. 그곳에서 유충은 인체의 면역시스템에 의해 죽고 단단한 낭종을 만들어 낸다.

유충은 장 밖에서는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큰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낭종이 뇌에 생기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흔하게는 두통과 발작이 일어날 수 있으며 혼란, 어지러움, 뇌에 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수두증이 걸릴 수 있다. 눈에 생길 경우 시야가 흐려지거나 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낭종 자체는 촌충 알에 처음 감염된 후 몇 달 또는 몇 년 후에 발생한다.

낭미충증은 감염된 사람의 대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촌충 알이 옮겨질 때 발생한다. 갈리 박사는 "대변-경구 전염을 통해 알을 섭취했을 때에만 낭미충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전염은 주로 감염된 사람이 화장실 사용 후 손을 제대로 씻지 않거나 배설물로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갈리 박사는 "낭미충증의 예후는 일반적으로 좋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경우에는 치명적"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5000만 명이 감염되어 약 5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 이야기의 교훈은 청결을 유지하고, 항상 손을 씻고, 절대로 돼지고기를 날 것으로 먹거나 덜 익혀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돼지고기는 속까지 잘 익혀 먹어야 기생충을 예방할 수 있지만 최근 돼지고기 육즙을 즐긴다며 고기를 덜 익혀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내에서는 사육환경의 발전으로 인해 기생충에 감염된 국내산 돼지가 드물어, 덜 익은 돼지고기를 먹어도 위험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다만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덜 익은 고기의 안전성을 완전히 보장하기 힘들어 돼지고기를 먹을 때는 가급적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을 추천한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