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실감 가상세계 ‘칼리버스’에서 여성 아바타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제공
초실감 가상세계 ‘칼리버스’에서 여성 아바타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제공
롯데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롯데이노베이트가 29일 초실감형 메타버스(가상세계) 플랫폼 ‘칼리버스’를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보다 34배 큰 가상 쇼핑몰과 공연장에서 가상의 옷과 가방 등을 사거나 걸그룹 콘서트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그룹 내 인공지능(AI) 신사업을 책임진다. 쿠팡 등 온라인 앱과 해외직구 등 유통 채널 다변화로 위기를 맞은 롯데그룹이 메타버스로 반전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칼리버스 내 가상 도시 ‘오리진 시티’는 롯데월드의 34배인 439만㎡ 규모로, 각자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도시 안에서는 골드, 사파이어 등 약 10개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1사파이어는 0.01달러다. 실제 거래되는 화폐는 아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일본 핀테크 기업 라쿠텐과 함께 칼리버스 안팎에서 쓸 수 있는 암호화폐를 선보일 계획이다.

칼리버스는 현실과 거의 비슷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미국 에픽게임즈의 최신 그래픽 소프트웨어 언리얼엔진5를 썼다.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이 반사되는 정도가 다르고 그림자 방향이 바뀐다. 낮과 밤도 있다. 칼리버스 동부는 엔터테인먼트와 패션, 중부는 기업 쇼핑, 서부는 유저가 생산한 콘텐츠에 특화된 공간으로 꾸몄다. 농사, 낚시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다. 유저 A가 퀘스트(임무)를 만들고 다른 유저 B가 이를 달성하면 A에게 암호화폐를 주는 시스템도 국내 메타버스 가운데 처음 선보였다. 가상 공간 내 일종의 ‘인플루언서’를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중부 지역엔 롯데면세점이 들어서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지방시, MCM, 록시땅 등의 가방과 화장품을 둘러볼 수 있다.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과 롯데하이마트에 구비된 제품도 있다. 의상 400종, 가구 350종, 생활도구 150종 등 총 1000여 개 아이템을 구비했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실제 오프라인 매장과 칼리버스를 연계해 물품을 판매하고 배송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엔 대규모 콘서트장이 있다. 먼저 JYP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엔믹스가 공연한다. 실제 공연 장면을 메타버스 내에 넣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약 3000만 명인 전자댄스음악(EDM) DJ ‘알록’도 초연한다. 1차로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서비스하고 이후 다른 언어로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시장을 이끌던 메타 등이 사업을 축소한 여파다. 하지만 중장기적 성장성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지난해 924억달러에서 2032년 2조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메타버스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8일 시행된 가상융합산업진흥법 역시 메타버스 지원을 골자로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500억원 규모 메타버스 펀드 조성을 마쳤다. 이는 메타버스에서 쓰일 생성형 AI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