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설명회를 마치고 경제 전문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했다. 진행자가 “시장에선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의 생산 지연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고 하자 황 CEO는 5초 정도 머뭇거렸다. 이후 그는 “성능이 기대 이상이고 시제품 출하를 시작했다”고 했지만 화면 하단에 나온 엔비디아 실시간 주가는 인터뷰 내내 6~7%대 하락에서 올라서지 못했다.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을 들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을 들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이날 2분기 실적과 공식 전망을 내놓은 엔비디아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가장 큰 원인으론 블랙웰 관련 부정확한 정보가 꼽힌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현재 주력인 H100 후속작으로 지난 3월 공개한 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다. 그래픽처리장치(GPU) 2개를 붙이고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8개를 연결한 블랙웰엔 ‘괴물칩’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시장의 관심이 컸다.

엔비디아는 올해 3분기(8~10월) 블랙웰을 출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달 초 “블랙웰에 결함이 발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엔비디아가 이날 “포토마스크에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했다”고 밝히면서 결함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엔비디아는 “성능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본격적인 출하가 오는 11월 이후 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은 실망했다.

엔비디아가 블랙웰 판매 실적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실적 설명회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블랙웰의 4분기 판매 실적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했지만 황 CEO는 “수십억달러 수준이고 내년 1, 2분기에 더 늘 것”이라고만 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더 이상 ‘놀라운’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어닝서프라이즈 비율’(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웃돈 수준)은 2024회계연도 2분기 22.3%에서 올 2분기 4.1%로 크게 줄었다.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실적 기대치는 계속 높아지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긍정론이 나온다. AI 서비스 개발에 특화된 쿠다(CUDA) 소프트웨어와 반도체·AI 개발 플랫폼·서비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패권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투자은행(IB)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매니저는 “고객사들은 여전히 엔비디아에 고성능 최신 AI 칩을 빨리 달라고 요구한다”며 “생산 공정 오류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