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관계자들이 기후헌법소원 최종 선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관계자들이 기후헌법소원 최종 선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정부와 국회에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한층 강화해 설정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자 기업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제로(0)로 발표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향후 정부가 더 강화된 기준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경영 불확실성도 커졌다.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중장기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산업계 관계자는 29일 “정부가 탄소 공시를 의무화하는 환경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연간 수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가량 감축하겠다고 설정한 정부의 기존 목표도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가 어떻게 제시될지 우려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충분한 검증을 거쳐 현실성 있는 목표치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소감축 비용 더 상승"…당혹스러운 기업들
기업들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국내 제조업 A사 관계자는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게 핵심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등을 올려야 한다는 등의 여론이 형성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 부담은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경영 불확실성도 추가됐다. 대기업인 B사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가 새로운 기후 대책을 어떻게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에 기업에 새로운 변수가 생긴 셈”이라며 “정부가 새로운 기준을 2026년 2월까지 다시 마련하는데 그 기준에 맞춰야 하는 회사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잡기 힘들어지게 됐다”고 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발전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은 그동안 정부가 정한 2030년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밝혔고, 2050년 목표는 없는 곳이 많다. 특히 탄소배출권을 많이 사야 하는 발전회사들은 정부의 새 기준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 사업계획 작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이 조항은 2026년 2월 28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된다. 정부와 국회는 개정 시한까지 헌재 취지를 반영해 더 강화된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재 판단에는 안도하고 있다. 2018년 대비 국가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는 ‘2030 탄소중립’ 감축 목표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4차 기본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별 기업에 배정되는 탄소 배출 무상 할당량이 축소될 수 있다.

김진원/신정은/곽용희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