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정부가 2031년 이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과소보호금지 원칙, 법률유보원칙 등 헌법상 법리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2020년 4월 청소년 19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4년5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헌재의 불합치 판결 직후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후속 조치 이행을 예고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2030년 NDC 달성도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29일 헌재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의 40%까지 낮추도록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법) 8조 1항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아예 제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 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해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헌법상 법리다. 환경권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할 때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같은 논리가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를 가리는 데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법률유보원칙은 국가의 행정권 발동 과정에서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 등 법적 근거가 적극적으로 요구된다는 원칙이다.

헌재는 이 원칙이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감축 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에 해당하므로 2031년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도 대강의 내용은 법률에 직접 규정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정부가 2030년까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감축 비율 수치만으로는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관점에서 한국이 기여해야 할 몫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거나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 청구는 기각했다.

정부는 헌재가 법 개정 시한으로 제시한 2026년 2월 28일까지 2031~2049년 NDC를 신규 설정해야 한다. 205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숫자를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장서우/민경진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