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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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천원 샵’이라고 불리는 미국 저가 상품 판매 체인 달러 제너럴이 기대 이하의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저소득층의 구매력 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최대 할인점 월마트가 이달 중순 뛰어난 실적을 공개했을 때 분석가들은 “미국 소비시장이 견고하다”는 해석을 내놨는데, 월마트보다 저렴한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달러 제너럴이 월마트와 다른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쟁 환경에 놓인 달러 제너럴은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30% 이상 빠졌다.

○식품 이외엔 구매 줄인 소비자

29일(현지시간) 달러 제너럴은 2024 회계연도 2분기(5~7월)에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고 밝혔다. 동일 매장 매출 증가율은 회사 자체 전망치와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모두 밑돌았다. 특히 식품과 같은 필수소비재에서는 매출이 늘었지만, 의류, 계절성 상품, 가정용품 등 선택소비재들은 매출이 늘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20.6% 줄어든 5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순매출은 4.2% 늘어난 102억달러를 기록했다. 토드 바소스 달러 제너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분기 매출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해 만족하지 않는다”며 “매출 부진은 핵심 고객층의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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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8개 주에 2만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인 달러 제너럴은 주로 시골이나 저소득 도시 지역에 주로 진출해있다. 1달러짜리 저렴한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매출의 60%는 연 소득 3만5000달러 미만의 저소득 가구에서 나온다. 회사 측은 실적발표 자료에서 “우리의 핵심 고객들은 부정적인 경제 상황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고, 경제 상황이 개선될 땐 그 효과를 가장 늦게 느낀다”고 진단했다.

이날 실적발표에서 달러 제너럴은 ‘슈링크(위축)’가 증가하고 있다고도 짚었다. 슈링크는 도난, 상품 파손 등에 따라 재고가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바소스 CEO는 “고객 상당수는 물가 상승, 고용 악화, 대출 비용 증가 등으로 6개월 전보다 재정 상황이 악화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켈리 딜츠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매출은 매달 마지막 주에 가장 적었는데, 이는 월말에 소비자들의 돈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용품 시장 경쟁 심화

달러 제너럴의 암울한 상황은 다른 유통업체들과는 대조된다. 월마트, 타겟 등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15일 2025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고, 조정후 주당순이익(EPS)는 9.8% 급증했다고 발표하는 등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연간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타겟 역시 지난 21일에 2분기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고 알렸다.

분석가들은 달러 제너럴이 더 극심한 경쟁을 마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통 시장의 화두가 ‘저렴한 가격’이 된 상황에서 월마트, 타겟 등 거대 유통업체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 침투하고 있어서다. 중국 테무의 ‘저가 공습’도 달러 제너럴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닐 손더스 글로벌데이터 소매 분석가는 “더 많은 소매업체가 가격을 인하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며 “달러 제너럴의 대안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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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너럴의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에 주가는 하루 만에 30% 이상 빠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달러 제너럴은 32.15% 급락한 84.03달러에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제너럴은 2018년 이후 종가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며 “주가가 수년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고 전했다.
달러제너럴과 달러트리 주가(사진=FT)
달러제너럴과 달러트리 주가(사진=FT)
달러 제너럴의 경쟁업체이자 ‘미국판 다이소’로 알려진 달러 트리 역시 주가가 10.24% 떨어졌다. 달러 제너럴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시장환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달러 트리는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