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김구라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방송인 김구라가 12살 연하의 아내가 산후우울증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9일 방송된 채널A '아빠는 꽃중년'에서 김구라는 이지훈, 아야네 부부의 출산 후 육아 모습을 보고 "아내들이 아이를 낳고 호르몬 변화 때문에 약간 어두울 때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구라는 이어 "아내가 말도 안 되는 걸로 공격하길래 내가 보니 호르몬 변화가 있는 것 같아서 병원에 가보자고 이야기했다"며 "내 말이 맞더라. 산후우울증이 있었던 것이다. 병원에서 상담하고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출산을 한 여성은 아이가 태어나면 '모성 본능'이 발현되면서도 상상보다 힘든 양육을 겪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을 겪는 일이 많다. 산후 우울증을 제때 치료받지 못한 산모가 아이에게 해를 가하는 비극적 사건도 잇따른 바 있다.

출산 경험이 있는 30대 여성 A 씨는 "수유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데도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 감정선이 요동을 치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는 "큰 일이 아닌데도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우울해 하다가, 아기를 제대로 케어 못 했다는 생각에 죄의식도 들었다"며 "이러다 아이에게 해를 가할까 봐 두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류현미 교수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조희영 교수 연구팀이 임산부 2512명을 임신 12주부터 출산 후 4주까지 추적 관찰해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출산한 여성 6명 중 1명꼴로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출산 후 보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비율은 산후우울증 그룹에선 70.49%에 달했고, 주거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는 비율도 높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양한 스트레스와 아이와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우울, 두려움 등을 산후우울증의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결혼 생활에서 만족할수록 산후우울증 위험이 낮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후 우울감은 출산 후 3~5일경 시작해 2주 정도 지나면 호전이 된다. 그러나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며 감정 조절이 힘들고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산후 우울증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유튜브를 통해 "출산 전후 에스트로젠,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출산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인간관계의 변화가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부족한 지지체계, 부정적인 부부관계, 시댁과의 관계 등이 우울증의 유발 혹은 악화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도가 심한 산후 우울증은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산모들은 드문 게 현실이다. 치료는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신 교수는 "환자의 증상을 잘 듣고 증상에 맞게 약물을 찾아 복용하도록 한다. 상담 치료 때는 환자의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있다면 정신 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수정하고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바꾸고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환자와 함께 찾아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모든 질병이 그러하지만 특히 산후우울증은 가족의 지지와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배우자 역할이 중요한 만큼 치료과정에 함께 참여한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