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문 닫았다"…대학병원 앞 약국들 '한숨 푹푹'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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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에 '문전불패' 흔들
문전약국 '위기감' 형성
환자 30% 줄어든 곳도
"'문전불패' 인식 사라질 것"
문전약국 '위기감' 형성
환자 30% 줄어든 곳도
"'문전불패' 인식 사라질 것"
"번호표를 배부하니까 마지막 번호를 보면 알죠. 확실히 전공의 파업을 기점으로 손님이 30%가량 줄었습니다."
서울 강동구의 한 2차 병원급 대학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이 일대 약국들에서 대부분 체감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약국은 외래 진료가 적으면 그만큼 처방전도 적게 나오는 셈이니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힘듦이) 진료를 못 보는 환자나 과중한 업무에 지친 병원 관계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공의 파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대학병원 주변에 있는 약국을 '문전약국'이라고 부른다. 일정량의 환자 수요가 보장돼있어 업계에서는 '문전불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3차 병원처럼 병원의 규모가 클수록 문전약국의 규모도 크다. 그런데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문전약국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해당 대학병원은 전공의 비율이 30% 이상으로 병실 가동률은 물론이고 의료 수익도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맞은편에 위치한 한 약국은 입구를 의자 등으로 막아두고 무기한 폐업한 모습도 확인됐다. 입구에는 "개인 사정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용무가 있는 분은 연락 달라"는 짧은 공지문과 함께 연락처가 남겨져 있었다.
인근 약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약국이 문을 닫은 시점은 이달 초다. 폐업 원인에 대한 해석은 엇갈렸다. 일부는 "전공의 파업 때문은 아니고 개인 사정 때문인 것으로만 안다"고 귀띔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투자가 잘 안 풀렸다는 말이 돌던데, 이 일대 약국들의 매출이 줄어든 기간이 꽤 됐으니 무리한 투자와 전공의 파업이 겹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파업으로 인한 처방 감소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경닷컴이 이날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해봤으나 당사자에게 직접 폐업 사유를 듣진 못했다.
폐업한 약국을 쳐다보던 70대 시민 김모 씨는 "10여년 넘게 영업했던 약국인데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며 한숨을 내쉬고선 옆 건물의 약국으로 향하기도 했다.
인근 문전약국의 약사 B씨는 "손님이 전에 비해 줄긴 했다"면서도 감소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렸다. 다만 "매출 피해보다는 병원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 일대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라며 "병원 관계자들의 피로도가 체감되고, 전에 비해 유동 인구가 줄어든 느낌"이라고 전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문전약국들의 피해를 수치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빅5 병원 인근은 약국도 큰 규모로 운영해오던 경향이 있어 인건비 등 고정 비용 부담의 측면에서 피해가 없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약국 업계 전체의 침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상급 병원에 가지 못한 환자들이 정상 운영 중인 병원으로 이동해 처방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약국의 한 약사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환자 위주로 아예 체질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냐"며 "상대적으로 동네 의원의 환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파업이 끝난다고 해도 과거 대형병원 근처에 '문전약국'을 차리기 위해 매달리던 분위기는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서울 강동구의 한 2차 병원급 대학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이 일대 약국들에서 대부분 체감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약국은 외래 진료가 적으면 그만큼 처방전도 적게 나오는 셈이니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힘듦이) 진료를 못 보는 환자나 과중한 업무에 지친 병원 관계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공의 파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대학병원 주변에 있는 약국을 '문전약국'이라고 부른다. 일정량의 환자 수요가 보장돼있어 업계에서는 '문전불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3차 병원처럼 병원의 규모가 클수록 문전약국의 규모도 크다. 그런데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문전약국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문전불패' 공식 흔들리나
보통 서울 시내에서는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문전약국이 몰려있다. 30일 점심께 찾은 강동구의 대학병원 주변에는 20여곳 이상의 약국이 영업하고 있었다. 병원과 최단 거리에 있는 약국들은 3~4명가량의 손님을 꾸준히 응대하는 모습이었지만 약국 대부분 한산한 모습이었다. 손님이 약을 받기 위해 장시간 대기하는 약국은 없다시피 했고, 손님이 아예 없는 약국도 보였다.해당 대학병원은 전공의 비율이 30% 이상으로 병실 가동률은 물론이고 의료 수익도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맞은편에 위치한 한 약국은 입구를 의자 등으로 막아두고 무기한 폐업한 모습도 확인됐다. 입구에는 "개인 사정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용무가 있는 분은 연락 달라"는 짧은 공지문과 함께 연락처가 남겨져 있었다.
인근 약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약국이 문을 닫은 시점은 이달 초다. 폐업 원인에 대한 해석은 엇갈렸다. 일부는 "전공의 파업 때문은 아니고 개인 사정 때문인 것으로만 안다"고 귀띔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투자가 잘 안 풀렸다는 말이 돌던데, 이 일대 약국들의 매출이 줄어든 기간이 꽤 됐으니 무리한 투자와 전공의 파업이 겹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파업으로 인한 처방 감소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경닷컴이 이날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해봤으나 당사자에게 직접 폐업 사유를 듣진 못했다.
폐업한 약국을 쳐다보던 70대 시민 김모 씨는 "10여년 넘게 영업했던 약국인데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며 한숨을 내쉬고선 옆 건물의 약국으로 향하기도 했다.
인근 문전약국의 약사 B씨는 "손님이 전에 비해 줄긴 했다"면서도 감소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렸다. 다만 "매출 피해보다는 병원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 일대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라며 "병원 관계자들의 피로도가 체감되고, 전에 비해 유동 인구가 줄어든 느낌"이라고 전했다.
"단정 지을 순 없어도 영향은 있다"
업계에서는 "대학병원 인근의 문전 약국들은 손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풍선효과가 있어 약국 업계 전체의 침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큰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동네 의원을 찾으면서, 의원 주변의 약국은 도리어 업황이 좋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후 정부 방침에 따라 문전약국 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하던 분위기는 해소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문전약국들의 피해를 수치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빅5 병원 인근은 약국도 큰 규모로 운영해오던 경향이 있어 인건비 등 고정 비용 부담의 측면에서 피해가 없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약국 업계 전체의 침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상급 병원에 가지 못한 환자들이 정상 운영 중인 병원으로 이동해 처방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약국의 한 약사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환자 위주로 아예 체질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냐"며 "상대적으로 동네 의원의 환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파업이 끝난다고 해도 과거 대형병원 근처에 '문전약국'을 차리기 위해 매달리던 분위기는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