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신원 미상 남성에게 습격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일 서울 동작구 노들섬에 헬기를 통해 도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 사진=뉴스1
부산에서 신원 미상 남성에게 습격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일 서울 동작구 노들섬에 헬기를 통해 도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 특혜 의혹' 신고사건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합의종결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고사건 때와 비교해 형평성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30일 권익위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제14차 전원위원회 회의록(7월22일)에 따르면 모 위원은 "우리 위원회에 정치적인 사건 큰 것이 2개가 있는데 하나가 (김건희) 가방이고 또 하나가 헬기다. 기자들 만날 때마다 '왜 기자님들은 가방만 물어보십니까? 왜 가방만 늦게 한다고 하십니까', '헬기건은 물어보지 않습니까'라고 물어봤다"고 운을 뗐다.

모 위원은 이 대표 헬기 이송 건과 관련해 "본건 전원결정과 헬기이송의 본질은 정치인에 대한 정치테러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당시 주변 사람들이 마음 졸이며 했던 노력의 일환"이라며 "극우 정치테러를 수습하기 위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치료한 직업 공무원과 의료진을 처벌하기 위한 이런 본건은 국론분열만 초래하고 국민 갈등을 부추기는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해 보더라도 피신고자들과 참고인들의 행위는 정치 테러로부터 피해자를 구제해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일련의 행위들이었다"며 "일부 내부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부정청탁이나 특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본건은 합의종결처리해 정치적 테러에 대한 권익위의 단호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국가를 지키고 국민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론분열과 국민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정치적 테러를 용인함으로써 국가 존립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선의의 직업공무원과 병원 관계자에 대한 처벌은 국가기능을 훼손하고 정의에 반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다수결의 원리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또 다른 위원은 "정치테러를 당했고 여야를 넘어서 테러 당한 분을 구제하는 절차 과정에서 여러가지 위법행위가 있을 수 있었는데 좋은 의도로 행해진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사회통합을 위해 전체 종결처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 이야기는 가방사건에서도 했다"면서 "(가방 건은) 여러차례 설득하고 몰래카메라까지 들고 들어가서 가방 주면서 찍어 공개했는데 저는 그 사건이나 이 사건이나 둘 다 당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 그 (가방) 사건은 국론분열은 고려 없이 단순히 법률규정 더 나아가서 부패방지권익위법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가지고 더 나아가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면서 (헬기) 사건은 정치적 테러이기 때문에 통합 차원에서 모든 것을, 실정법을 종결해야 한다고 하나"라고 반박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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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사건과 가방 사건을 이렇게 시각차를 가지고 보는 것에 대해서 정말 사회통합이 되겠나 싶다"며 "가방사건은 정치적인 고려, 통합, 동기 이런 것들은 싹 무시하고 실정법에 따라서 이야기하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이에 "가방은 어찌 됐든 간에 받으면 안 되는 거고, 지금 이 경우는 정치적 테러를 당해서 수습하는 과정인데 그게 어떻게 부정청탁이냐" "위반이라는 행위가 있을 수 없는데 부정한 목적이 있었겠냐", "가방사건도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두 사건이 차이 없는 사건이라고 보는데 실정법 위반을 이번 건에 대해 묻어둬야 하나"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양측 위원의 논쟁에 한 위원은 "이 사안은 오히려 가방 사건보다 국민들한테 더 실망감을 주고, 더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사안인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위원은 "공작을 해야지 정치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제는 처벌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회의 막판 표결 직전 2명의 위원이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위원이 "종결로 결론 날 수도 있는 건데 왜 그러냐"고 묻자 다른 위원은 "나는 종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표결 처리에 대해 공포감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계속해서 소수의견 정도로 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도 있고, 소수의견을 우리가 쓸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 사건에 대해서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헬기이송 사건은 애초 야당 몫으로 위촉된 최정묵 전 비상임위원이 김 여사 사건 이후 종결 처리에 반발해 사퇴함에 따라 전원위원 14명이 논의를 진행했으나, 회의 막판 2명이 퇴장하며 12명의 표결로 결정됐다. 전원위원은 대통령, 대법원장, 여야 등에서 추천한 15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권익위는 '이재명 피습 사건' 당시 119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한 것은 특혜라고 판단했다. 다만 관련 규정 부재로 이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 사건은 종결 처리하고 의료진·소방대원에만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 권익위를 대표해 나온 정승윤 부위원장은 "서울대병원의 경우 워낙 오고 싶은 사람이 많아 전원 매뉴얼이 있는데, 매뉴얼 위반 사실이 확인돼 특혜 제공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헬기의 경우 권한이 없는 부산대병원 의사가 부산재난소방본부에 헬기 이송을 요청했고, 소방본부는 의료 헬기 출동에 대한 주치의 권한 및 헬기 출동 관련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부산대병원은 이권 개입 및 알선 청탁으로, 소방본부는 특혜 제공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의사,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 등이 공직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교육부, 해당 병원, 소방청, 부산광역시 등 감독기관에 이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해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