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테이큰'의 아빠가 아니라 '원맨'의 할아버지로 기억하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영화 '원맨(I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 리뷰
'중년 액션 스타' 리암 니슨,
납치된 딸 구하던 전직 특수 요원('테이큰')에서
이웃집 소녀 구하는 살인청부업자로...
리암 니슨이 참여한 최근 영화 중,
그의 연기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작품
'중년 액션 스타' 리암 니슨,
납치된 딸 구하던 전직 특수 요원('테이큰')에서
이웃집 소녀 구하는 살인청부업자로...
리암 니슨이 참여한 최근 영화 중,
그의 연기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작품
나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이 분명한 이 남자. 낡은 집에서 고양이와 살고있는 이 남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죄 와 벌’을 읽는 중이고, 정원을 만들어 가꾸는 취미를 시작하려는 참이다. 남자는 이제 막 하던 일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물론, 남자가 이웃 소녀, ‘모야’가 한 남자에게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남자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실 수 십년간 이 작은 마을에서 선한 이웃으로 살아왔던 이 남자의 정체는 살인청부업자다. 무해한 인상의 70대 남자, 그러나 건장한 체구, 그리고 노련함과 명민함을 갖춘 하이 프로필 킬러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지구상의 단 한 명, 리암 니슨뿐이다.
리암 니슨은 <마이클 콜린스> (닐 조던, 1997), <쉰들러 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1994), <레미제라블> (빌 어거스트, 1999) 등의 작품 들에서 주로 인류와 국가, 그리고 노동자들을 구원하는 소시민적 영웅이자, 휴머니스트 캐릭터를 맡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필모그래피의 경향은 리암 니슨이 2008년, 납치 된 딸을 구하러 떠나는 전직 특수 요원, ‘브라이언’을 연기한 <테이큰> 시리즈의 시작으로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그가 56세에 맡은 이 액션 영화로 니슨은 ‘중년 액션 스타’로 부상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른바 ‘중년 액션’ (<익스펜더블>, <존 윅> 시리즈와 더불어) 영화들의 붐을 일으키게 된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익스펜더블> 시리즈로, 키에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에 몰두하는 것과는 달리 니슨은 <테이큰> 시리즈 이외에도 <커뮤터>, <마크맨>, <어니스트 씨프> 등 90년대 액션 스타들처럼, 다작 활동을 넘어서는 활약을 지속해 오고 있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 <원맨> (원제는 I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 성인과 죄인들의 땅, 로버트 로렌즈) 에서 역시 그는 전작들에서 그랬듯 정의롭고 선하지만 냉철하고 완벽한 킬러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IRA의 테러가 정점에 이른 1974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 (겉으로 보기엔) 책 판매상이자 살인청부업자, ‘핀바’ (리암 니슨) 는 은퇴를 준비 중이다. 이웃인 리타에게 정원 일을 배우기 시작하고, 펍에 들락거리며 마을 사람들과 친분도 쌓는 등 그는 ‘평범한 삶’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나날을 보낸다.
물론 킬러의 삶이라는 것이 그렇듯, 그는 절대 평범한 삶 따위로 돌아갈 순 없다. 핀바는 동네를 산책하던 중, 마을의 작은 이웃, 모야의 몸과 손이 멍으로 뒤덮인 것을 발견한다. 그는 모야를 추궁하지만, 소녀는 겁에 질려 함구한다. 곧 그는 모야가 IRA의 멤버이자 먼 친척, 커티스가 그녀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묻어둔 총을 다시금 꺼내 든다. <원맨>은 리암 니슨의 액션 전작들, 또한 수많은 액션 영화에서 반복되는 ‘늙은 아저씨가 소녀를 구하다 (The Old Man Saving the Little Girl)’ 류의 플롯을 반복한다. 이러한 플롯은 뤽 베송 감독의 <레옹>(1995) 으로부터 시작해 토니 스콧 감독의 <맨 온 파이어>(2004)를 거쳐 젊은 아저씨 버전의 <그레이 맨>(루소 형제, 2022) 에 이르기까지 21세기의 액션 장르를 정의하는 이야기적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 이야기적인 면에 있어 <원맨>은 장르의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주목할 것은 이 영화가 이러한 이야기적 전통이 계속 사랑받는 이유, 즉, 나약한 노인이 더 나약한 아이를 구하는 이야기가 주는 처연함과 감동 – 를 매우 심오한 설정을 더 해 잘 살려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영화는 단순히 노인 (킬러) 이 아이를 구한다는 뻔한 설정에 IRA가 벌였던 극단적 무장투쟁이라는 아일랜드의 역사적 배경을 더한다. 벨파스트에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일어났던 테러 사건을 이야기의 서두로 시작함으로써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이슈가 영화에서 적지 않은 요소임을 강조한다.
또한 소녀를 학대하는 IRA 멤버 커티스, 그리고 그의 복수를 위해 마을로 내려온 다른 멤버들 역시 폭력을 실행하고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주인공인 핀바가 궁극적으로 살인청부업을 그만두려는 이유, 즉 폭력의 종결을 다시금 종용하는 인물들로서 폭력을 폭력으로 대항하는 일이 얼마나 아둔하고 허무한 일인지에 대한 상념을 갖게 한다. <원맨>은 분명 액션 영화 이상의 이야기, 그리고 클리쉐 이상의 볼거리가 있는 영화다. 지난 몇 년 동안 리암 니슨이 참여했던 작품들 중, 그의 힘겨운 액션이, 그의 희미한 미소가 이 영화에서처럼 빛나던 작품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는 ‘테이큰’의 아저씨가 아닌, ‘원맨’의 할아버지로 그를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물론, 남자가 이웃 소녀, ‘모야’가 한 남자에게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남자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실 수 십년간 이 작은 마을에서 선한 이웃으로 살아왔던 이 남자의 정체는 살인청부업자다. 무해한 인상의 70대 남자, 그러나 건장한 체구, 그리고 노련함과 명민함을 갖춘 하이 프로필 킬러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지구상의 단 한 명, 리암 니슨뿐이다.
리암 니슨은 <마이클 콜린스> (닐 조던, 1997), <쉰들러 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1994), <레미제라블> (빌 어거스트, 1999) 등의 작품 들에서 주로 인류와 국가, 그리고 노동자들을 구원하는 소시민적 영웅이자, 휴머니스트 캐릭터를 맡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필모그래피의 경향은 리암 니슨이 2008년, 납치 된 딸을 구하러 떠나는 전직 특수 요원, ‘브라이언’을 연기한 <테이큰> 시리즈의 시작으로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그가 56세에 맡은 이 액션 영화로 니슨은 ‘중년 액션 스타’로 부상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른바 ‘중년 액션’ (<익스펜더블>, <존 윅> 시리즈와 더불어) 영화들의 붐을 일으키게 된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익스펜더블> 시리즈로, 키에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에 몰두하는 것과는 달리 니슨은 <테이큰> 시리즈 이외에도 <커뮤터>, <마크맨>, <어니스트 씨프> 등 90년대 액션 스타들처럼, 다작 활동을 넘어서는 활약을 지속해 오고 있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 <원맨> (원제는 I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 성인과 죄인들의 땅, 로버트 로렌즈) 에서 역시 그는 전작들에서 그랬듯 정의롭고 선하지만 냉철하고 완벽한 킬러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IRA의 테러가 정점에 이른 1974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 (겉으로 보기엔) 책 판매상이자 살인청부업자, ‘핀바’ (리암 니슨) 는 은퇴를 준비 중이다. 이웃인 리타에게 정원 일을 배우기 시작하고, 펍에 들락거리며 마을 사람들과 친분도 쌓는 등 그는 ‘평범한 삶’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나날을 보낸다.
물론 킬러의 삶이라는 것이 그렇듯, 그는 절대 평범한 삶 따위로 돌아갈 순 없다. 핀바는 동네를 산책하던 중, 마을의 작은 이웃, 모야의 몸과 손이 멍으로 뒤덮인 것을 발견한다. 그는 모야를 추궁하지만, 소녀는 겁에 질려 함구한다. 곧 그는 모야가 IRA의 멤버이자 먼 친척, 커티스가 그녀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묻어둔 총을 다시금 꺼내 든다. <원맨>은 리암 니슨의 액션 전작들, 또한 수많은 액션 영화에서 반복되는 ‘늙은 아저씨가 소녀를 구하다 (The Old Man Saving the Little Girl)’ 류의 플롯을 반복한다. 이러한 플롯은 뤽 베송 감독의 <레옹>(1995) 으로부터 시작해 토니 스콧 감독의 <맨 온 파이어>(2004)를 거쳐 젊은 아저씨 버전의 <그레이 맨>(루소 형제, 2022) 에 이르기까지 21세기의 액션 장르를 정의하는 이야기적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 이야기적인 면에 있어 <원맨>은 장르의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주목할 것은 이 영화가 이러한 이야기적 전통이 계속 사랑받는 이유, 즉, 나약한 노인이 더 나약한 아이를 구하는 이야기가 주는 처연함과 감동 – 를 매우 심오한 설정을 더 해 잘 살려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영화는 단순히 노인 (킬러) 이 아이를 구한다는 뻔한 설정에 IRA가 벌였던 극단적 무장투쟁이라는 아일랜드의 역사적 배경을 더한다. 벨파스트에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일어났던 테러 사건을 이야기의 서두로 시작함으로써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이슈가 영화에서 적지 않은 요소임을 강조한다.
또한 소녀를 학대하는 IRA 멤버 커티스, 그리고 그의 복수를 위해 마을로 내려온 다른 멤버들 역시 폭력을 실행하고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주인공인 핀바가 궁극적으로 살인청부업을 그만두려는 이유, 즉 폭력의 종결을 다시금 종용하는 인물들로서 폭력을 폭력으로 대항하는 일이 얼마나 아둔하고 허무한 일인지에 대한 상념을 갖게 한다. <원맨>은 분명 액션 영화 이상의 이야기, 그리고 클리쉐 이상의 볼거리가 있는 영화다. 지난 몇 년 동안 리암 니슨이 참여했던 작품들 중, 그의 힘겨운 액션이, 그의 희미한 미소가 이 영화에서처럼 빛나던 작품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는 ‘테이큰’의 아저씨가 아닌, ‘원맨’의 할아버지로 그를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