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치러야 하는데…" 시행사 공백에 계약자 피해만 170억
상업시설 분양 때 내건 계약 조건과 공사 결과가 달라 분양계약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상업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이 미분양 영향으로 준공을 앞두고 활성화에 애를 먹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 운양동 ‘굿(Good)프라임 스포츠몰’ 분양계약자는 보존등기가 나왔는데도 시행사 공백으로 잔금을 못 치르고 있다. DL건설이 시공한 이 상업시설은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다. 지난해 11월 준공 승인을 받았고, 올 2월 보존등기가 떨어졌다.

보존등기가 나온 후 잔금을 치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시행사 회장의 사망으로 계약 조건을 놓고 계약자와 신탁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계약자에 따르면 상업시설 분양 당시 시행사는 5~10% 할인약정서를 발행했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900만원으로, 1층은 3000만~4000만원대였다. 그러나 대주단과 신탁사 등은 시행사가 진행한 할인약정의 존재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계약자에게 할인약정을 제외한 원금으로 잔금을 치르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잔금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자 중도금 대출도 연장돼 이자 부담이 커졌다. 기존엔 시행사를 통해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받았지만, 준공 이후 잔금 상환이 미뤄지며 이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 상환 만기일은 오는 11월 28일로 두 달 연장됐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한 계약자는 “신탁사를 비롯해 대주단, 시공사 모두 책임을 미루고만 있다”고 토로했다.

계약자는 공사 과정에서 지반 문제로 기존 설계보다 층고가 낮아져 피해가 더 커졌다는 주장이다. 지하에 골프아카데미 등 스포츠 시설이 들어오기로 했지만, 낮은 층고로 인해 선임대 계약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전체 피해 규모만 17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몰 내 상가는 약 200실이지만 대부분 공실로 남겨져 있다.

문제는 사안을 해결할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신한자산신탁은 대표 부재에도 시행사가 사업자여서 신탁사의 업무 처리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탁사 관계자는 “대주단과 시공사의 결정이 있어야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선순위 대주단인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계약자가 진행한 조건에 맞춰 잔금을 낼 수 있도록 조율 중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분양대금을 임의로 할인하면 담보권이 훼손되는 건 맞다”면서도 “계약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공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