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은 23주째 상승세인데, 지난 7월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2개월 연속 늘어 1만6000가구를 넘어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공사를 끝내고도 집주인을 찾지 못해 건설사 자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물량이다. 전체 미분양 물량은 8개월 만에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7만 가구대에 머무르고 있다. 주택 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인허가와 착공은 지난해 크게 줄어든 ‘기저효과’로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 한 달 새 1182가구 늘어

서울은 뛰는데…지방 '악성 미분양' 1년째 증가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6038가구로, 6월(1만4856가구)에 비해 8%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7월(9041가구) 이후 12개월 연속 증가세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와 시행사의 자금 부담으로 이어져 중소업체의 경우 줄도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 건설사가 많은 지방에선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중 수도권은 2900가구에 그쳤다. 지방은 1만3138가구로 한 달 새 1173가구 늘었다. 특히 전남은 875가구 증가한 2502가구에 달했다. 경북도 6월보다 290가구 늘어난 1239가구로 나타났다.

미분양 주택은 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전체 미분양 물량은 7만1822가구로, 6월(7만4037가구)에 비해 3% 줄었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1287가구 줄어든 2849가구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광주(-20.3%)와 대전(-17.6%)도 미분양이 크게 소진됐다. 부산은 6월보다 657가구 증가한 5862가구로 집계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아파트값 상승에 힘입어 기존 주택 거래가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전국 주택 거래량은 6만8296건으로, 6월(5만5760건)보다 22.5% 늘었다. 수도권은 3만7684건으로 31.3%, 지방은 3만612건으로 13.1% 증가했다.

○인허가 11% 늘고 분양은 2% 줄어

향후 주택 공급을 가늠할 수 있는 인허가와 착공 실적은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대책과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늘어난 반면 분양과 준공 물량은 감소세를 보였다.

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1817가구로, 지난해 7월(1만9707가구)에 비해 10.7% 증가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실적은 17만1677가구로, 지난해(22만2515가구)와 비교해 22.8% 줄어든 수준이다. 착공은 전년 동월(1만4829가구)보다 8.1% 늘어난 1만6024가구로 집계됐다.

분양 물량은 지난해 7월 1만3184가구에서 올해 1만2981가구로 1.5% 감소했다. 준공 물량도 지난달 2만9045가구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3만9526가구)에 비해 26.5% 줄었다. 업계에선 정부의 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신규 사업이 다소 늘었지만, 지방 분양시장 침체 등으로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6월까지만 하더라도 분양과 준공이 지난해 실적을 웃돌았는데, 하반기 들어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 등으로 시장이 냉각됐다는 것이다.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있는 비(非)아파트 시장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7월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10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4031가구)보다 22.9% 줄었다. 올 들어 7월까지 2만1439가구에 그쳐 지난해(3만2601가구)보다 34.2% 급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