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노키아의 통신장비 사업부문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 통신장비 분야의 최강자 중 하나였던 노키아는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자 관련 사업부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노키아를 손에 넣으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인수 금액 13조원 육박”

삼성전자, 노키아 통신장비 사업부 품나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무선 네트워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키아의 일부 자산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노키아의 통신장비 사업부문 가치는 100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노키아가 관련 사업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하거나 분사를 통해 경쟁사와 사업을 합병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더 많은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때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였던 노키아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리자 2013년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했다. 대신 지멘스 모토로라 파나소닉의 무선 네트워크 사업부문을 인수해 신호 전달 시스템과 통신망 장비 등을 제조하는 모바일 네트워크 기업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치고 올라온 데다 유럽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미루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노키아 영업이익은 16억880만유로(약 2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미국 주요 통신사인 AT&T가 지난해 발주한 18조7000억원짜리 사업을 따내지 못하며 미래 성장성도 불투명해졌다. 악재가 겹치면서 올 상반기 영업이익(8억3600만유로)은 전년 동기보다 6% 감소했다.

○삼성이 인수하면 2위로 도약

지난해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사업부 매출은 3조7800억원으로, 전체 매출(258조원)의 1.5%에 불과하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에 그쳤다. 1위인 화웨이(30%)는 물론 노키아(15%), 에릭슨(13%), ZTE(11%)에도 한참 못 미친다.

삼성전자가 노키아 통신장비 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을 구현하려면 빠르고 안정적인 무선 네트워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차세대 통신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올해 첫 경영 행보가 바로 이곳이었다.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무선 네트워크 사업을 인수하면 점유율 17%로 화웨이에 이어 ‘글로벌 넘버2’가 된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은 올해 7624억달러(약 1017조원)에서 2030년 1조876억달러(약 1450조원) 규모로 40%가량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키아는 이날 공시를 통해 “현재 관련 프로젝트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노키아의 경영 상황을 감안할 때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키아 통신장비 인수 검토 보도에 대해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