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던 '시총 1위' 어쩌다…24조 증발에 '피눈물'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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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비엠, 코스닥 대장주 자리 내줘
올해 들어 41% '급락'
"주가 하락보다 영업이익 감소세가 빨라…고평가 부담 여전"
"수급 요인으로 단기 반등 가능…리스크 관리할 때"
올해 들어 41% '급락'
"주가 하락보다 영업이익 감소세가 빨라…고평가 부담 여전"
"수급 요인으로 단기 반등 가능…리스크 관리할 때"
2차전지주 에코프로비엠이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증권가에선 여전히 에코프로비엠이 고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가 하락세보다 실적 감소세가 빠르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하자 에코프로비엠 전환사채(CB)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들도 쓴맛을 보고 있다. 회사는 주가 부양을 위해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전 상장이 주가 상승과 직결되는 호재가 아니란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에코프로비엠은 전날보다 0.12% 내린 16만8300원에 마감했다. 앞서 29일엔 16만31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작년 7월28일 장중 58만4000원까지 치솟은 점을 감안하면 극히 부진한 흐름이다. 고점 대비 현재 주가(16만8500원)는 71.15% 낮다.
한때 40조원을 웃돈 시가총액은 현재 16조46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9월4일 모회사 에코프로를 밀어내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랐지만, 1년 만에 자리를 내줬다. 새로운 코스닥 대장주는 제약 바이오주 알테오젠(16조6544억원)이다. 올해 들어 에코프로비엠이 41.56% 하락하는 동안 알테오젠은 223.86% 급등했다.
에코프로비엠을 매수한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원금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보유한 8만7073명(28일 기준)의 평균 손실률은 29.91%에 달했다. 손실 투자자 비율은 93.54%로 수익 투자자(6.4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평균 매입 단가가 27만원인데 물 탈까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물타기는 추가 매수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 투자자의 현재 손실률은 37.59%로 추정된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도 차익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7월 에코프로비엠이 4400억원 규모로 발행한 5년 만기 사모 CB 주식 천환 청구 기간이 지난달 시작됐다. 하지만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자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 해당 CB의 전환가액이 하한선인 20만6250원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현재 주가에 비해 전환가액이 높기 때문이다. CB가 발행됐던 지난해 7월 주가는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양극재 시장이 얼어붙어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한 결과다.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영업이익은 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61% 급감했다. 매출은 809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062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양극재 판가가 하락하고, 출하량도 감소한 탓이다.
일각에선 주가가 하락하는 속도보다 이익 감소세가 가팔라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iM증권에 따르면 중국·일본 주요 2차전지 셀, 소재 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2배인데 반해 국내 업체의 평균 PER은 27.4배에 달한다. 특히 내년 실적 추정치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PER은 100배를 웃돌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셀·소재 업체 중 가장 높다.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380억원이다. 1년 전(7807억원)에 비해 급감했다. 같은 기간 36만9263원이었던 목표주가 평균치도 18만4235원으로 반토막 났다. 아울러 대부분 증권사가 에코프로비엠에 '중립' 또는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매수' 의견이 대부분인 국내 증시 특성상 이례적인 일이다. 수급 여건에 따라 잠시 주가가 오를 순 있지만, 구조적인 반등은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황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고,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북미 시장 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중국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며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여전히 높아 비중 확대 관점으로 접근하기는 무리가 있다. 수급에 의해 일시적으로 단기 반등세가 나타날 순 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상승 폭과 기간은 크거나 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올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면 투자심리가 개선돼 국내 2차전지주가 반등할 순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 어느 한쪽을 예측해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2차전지주는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200 지수 특례 편입을 노릴 수 있는 코스피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을 이전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상장 예비심사의 경우 승인까지 통상 45영업일이 걸린다.
코스피 상장 이튿날부터 15거래일 평균 시가총액이 50위 안에 들면 가장 가까운 선물·옵션 만기일에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 현재 시가총액 그대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면 삼성화재(16조4154억원)에 이은 24위가 될 전망이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무난하게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 상장과 코스피200 편입이 무조건 호재는 아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비에이치, 포스코DX, PI첨단소재 등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주가는 하락했다. 또 최근 3년간(2021~2023년) 코스피200 지수에 신규 편입된 40개 종목의 주가는 편입 예고일 이후부터 편입 적용일까지 평균 2.17% 상승했다. 하지만 실제 지수에 편입된 이후 일주일 동안 평균 2.24% 하락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주가가 하락하자 에코프로비엠 전환사채(CB)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들도 쓴맛을 보고 있다. 회사는 주가 부양을 위해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전 상장이 주가 상승과 직결되는 호재가 아니란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에코프로비엠은 전날보다 0.12% 내린 16만8300원에 마감했다. 앞서 29일엔 16만31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작년 7월28일 장중 58만4000원까지 치솟은 점을 감안하면 극히 부진한 흐름이다. 고점 대비 현재 주가(16만8500원)는 71.15% 낮다.
한때 40조원을 웃돈 시가총액은 현재 16조46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9월4일 모회사 에코프로를 밀어내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랐지만, 1년 만에 자리를 내줬다. 새로운 코스닥 대장주는 제약 바이오주 알테오젠(16조6544억원)이다. 올해 들어 에코프로비엠이 41.56% 하락하는 동안 알테오젠은 223.86% 급등했다.
에코프로비엠을 매수한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원금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보유한 8만7073명(28일 기준)의 평균 손실률은 29.91%에 달했다. 손실 투자자 비율은 93.54%로 수익 투자자(6.4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평균 매입 단가가 27만원인데 물 탈까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물타기는 추가 매수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 투자자의 현재 손실률은 37.59%로 추정된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도 차익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7월 에코프로비엠이 4400억원 규모로 발행한 5년 만기 사모 CB 주식 천환 청구 기간이 지난달 시작됐다. 하지만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자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 해당 CB의 전환가액이 하한선인 20만6250원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현재 주가에 비해 전환가액이 높기 때문이다. CB가 발행됐던 지난해 7월 주가는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양극재 시장이 얼어붙어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한 결과다.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영업이익은 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61% 급감했다. 매출은 809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062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양극재 판가가 하락하고, 출하량도 감소한 탓이다.
일각에선 주가가 하락하는 속도보다 이익 감소세가 가팔라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iM증권에 따르면 중국·일본 주요 2차전지 셀, 소재 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2배인데 반해 국내 업체의 평균 PER은 27.4배에 달한다. 특히 내년 실적 추정치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PER은 100배를 웃돌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셀·소재 업체 중 가장 높다.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380억원이다. 1년 전(7807억원)에 비해 급감했다. 같은 기간 36만9263원이었던 목표주가 평균치도 18만4235원으로 반토막 났다. 아울러 대부분 증권사가 에코프로비엠에 '중립' 또는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매수' 의견이 대부분인 국내 증시 특성상 이례적인 일이다. 수급 여건에 따라 잠시 주가가 오를 순 있지만, 구조적인 반등은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황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고,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북미 시장 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중국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며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여전히 높아 비중 확대 관점으로 접근하기는 무리가 있다. 수급에 의해 일시적으로 단기 반등세가 나타날 순 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상승 폭과 기간은 크거나 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올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면 투자심리가 개선돼 국내 2차전지주가 반등할 순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 어느 한쪽을 예측해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2차전지주는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200 지수 특례 편입을 노릴 수 있는 코스피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을 이전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상장 예비심사의 경우 승인까지 통상 45영업일이 걸린다.
코스피 상장 이튿날부터 15거래일 평균 시가총액이 50위 안에 들면 가장 가까운 선물·옵션 만기일에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 현재 시가총액 그대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면 삼성화재(16조4154억원)에 이은 24위가 될 전망이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무난하게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 상장과 코스피200 편입이 무조건 호재는 아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비에이치, 포스코DX, PI첨단소재 등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주가는 하락했다. 또 최근 3년간(2021~2023년) 코스피200 지수에 신규 편입된 40개 종목의 주가는 편입 예고일 이후부터 편입 적용일까지 평균 2.17% 상승했다. 하지만 실제 지수에 편입된 이후 일주일 동안 평균 2.24% 하락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