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입점한 서울의 한 백화점. 연합뉴스
샤넬이 입점한 서울의 한 백화점. 연합뉴스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경매장이 에르메스의 버킨이나 켈리 같이 일반 소매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명품백들의 구입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NS 등의 영향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명품족들 사이에서 초고가 액세서리에 대한 니즈가 커졌지만, 과거 구입내역이 있는 고객들에게만 먼저 상품을 판매하는 명품기업들의 판매관행, 리셀(되팔기) 시장에서의 '짝퉁' 피해 등으로 이들이 예산이 충분하더라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그 결과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은 명품백 거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크리스티의 국제 핸드백 및 액세서리 부문 책임자인 레이첼 코프스키는 "아주 진지한 수집가를 위한 가방도 있지만, 경매 시작가가 100달러(약 13만원)인 상품도 많다"고 설명했다. 코프스키는 경매를 위해 핸드백을 구성하고, 클라이언트로부터 받은 가방을 평가해 팀과 함께 1에서 6까지의 등급으로 가방의 상태를 판정한다. 가죽에 손톱 크기의 긁힘이 있거나 가방 내부의 마모 흔적이 보이는 경우 다른 결점이 없는 가방이라도 1.5점으로 떨어진다.
서울 중구 한 백화점의 에르메스 매장./최혁 기자
서울 중구 한 백화점의 에르메스 매장./최혁 기자
코프스키는 "지난 5년 동안 밀레니얼 세대의 입찰자 및 구매자 비율은 29%에서 42%로 증가했고, Z세대는 1.5%에서 3%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일이자 가장 비싸게 팔린 기록을 세운 제품은 히말라야 에르메스 백(눈 덮인 봉우리를 연상시키는 악어 가죽의 톱핸들 가방)이다. 2021년 11월 크리스티에서 히말라야 켈리 28은 400만 홍콩 달러(6억8400만원)에 판매돼 기록을 세웠다.

소더비 뉴욕의 핸드백 전문가 루시 비숍은 명품 시장을 피라미드에 비유하며 "에르메스가 최상위에 있고 샤넬이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브랜드의 신제품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 같다는 점이다.

에르메스는 고객에게 버킨백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하기 전에 다른 상품을 구매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캘리포니아에서 지난 3월 소송을 당했다. 샤넬도 가격 인상으로 명품족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e커머스의 확산 등으로 경매장이 명품백 구입을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게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영국에 거주하며 15년 동안 핸드백을 수집해 온 커스티 메렛은 경매에서 샤넬 숄더백을 1000파운드(175만원), 펜디 백을 150파운드(15만원)에 찾은 적이 있다. 그는 "경매장에서 명품백을 싸게 낙찰 받는다고 하더라도 20~30%의 프리미엄, 세금 및 배송비 등을 붙이는 건 주의해야할 점"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