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채의 워싱턴 브리핑]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닌 美 대선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 전설인 요기 베라의 이 어록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요즘엔 올해 미국 대선 경선을 바라보는 현지 정치 전문가들의 가장 공통된 반응으로 많이 쓰이는 문구가 됐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대선을 지켜봤으나 이렇게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경우는 오랜만이다. 올초 미국 대선은 역대 비호감 후보들의 대결로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서 시작됐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보다 전반적으로 우세했다. 더구나 7월 중순 트럼프 후보 피격 사건으로 올해 대선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싱겁게 결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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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월 말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인지도와 인기가 없어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전격 사퇴로 해리스 후보로 지지도가 결집했다. 열세이던 전국 및 일부 경합 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이제 ‘트럼프 대세론’은 완전히 지워졌다고 볼 수 있다.

아직 판세를 결정할 이벤트가 줄지어 있다. 이달 10일에는 2차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6월 말 열린 1차 TV 토론회는 바이든 후보 사퇴를 부른 기폭제였다.

다음달 초에는 양당 부통령인 팀 월즈와 JD 밴스 후보 간 TV 토론도 있다. 11월 대선 승자는 당일 밤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근소한 차이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개표가 지연될 수도 있다. 2개 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에서 승자독식 방식을 따른다. 주별 선거인단 수와 경합 주 선거 결과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경합 주 결과와 TV 토론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판세가 바뀔 수 있는 국면이다.

우리 기업들도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둘 중 누가 되느냐에 따른 영향과 여파는 미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은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하다. 대체로 누가 되더라도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라는 큰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주목할 이벤트가 더 있다. 상·하원 의회 선거다. 11월 대선에서 상원 100석 중 34석, 하원 435석 전원에 대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미국은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전형적인 대통령제 국가다. 대선과 함께 치러질 의회 선거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 보며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고희채 KOTRA 워싱턴무역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