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지난해 한화그룹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컨테이너선 수주를 눈앞에 뒀다. 글로벌 선사들이 앞다퉈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며 배값이 가파르게 올라서다. 싼값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돌렸던 수주 전략을 되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 머스크 컨船 3조 수주 눈앞
1일 조선·해양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글로벌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1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6척을 공급하기 위한 건조의향서(LOI)를 맺었다. LOI는 본계약을 맺기 직전 단계로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최종 계약으로 이어진다. 이번에 수주한 배는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으로 4척을 추가로 건조할 수 있는 옵션이 붙었다. 금액은 척당 2억2000만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10척을 모두 수주하면 22억달러(약 3조원)를 손에 넣는다.

머스크는 한화오션과의 계약을 포함해 모두 32척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계획이다. 중국 뉴타임스조선, 양쯔강조선이 각각 최대 12척과 10척을 수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당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발주할 계획이었는데 최근 들어 LNG 추진 컨테이너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화오션은 2022년 10월을 끝으로 컨테이너선을 수주하지 않았다.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중국과 맞붙어야 해 ‘제값 받기’가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한화오션은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 때보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올라 척당 100억원씩 적자를 냈었다. 반면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이 중국을 압도하는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수주할 수 있었다.

시장 상황이 바뀐 건 지난 5~6월부터였다. 글로벌 선사들의 잇따른 발주에 힘입어 2만2000~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가(2억7200만달러·7월 기준)가 LNG 운반선 평균 선가(2억6250만달러)를 넘어선 것.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지난해 수주 물량이 적어 ‘건조 공백’ 우려가 있었지만, 상반기 상선 수주를 늘린 데 이어 하반기 컨테이너선 물량을 대거 따낸 만큼 독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도 54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들여 최대 30척의 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과 함께 5개 중국 업체가 참전했다. 1만5000~1만6000TEU급과 8000~9000TEU급을 각각 10척 발주한 뒤 상황에 따라 5척씩 추가 발주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내년 2월 제미나이라는 해운 동맹 출범을 앞두고 동시에 선대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