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1위는 삼성전자(점유율 20%)다. 애플(16%)보다 높다. 하지만 매출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점유율은 16%로 애플(50%)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선 삼성이 애플의 상대가 안 된다는 의미다.

삼성이 역전을 위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인공지능(AI)폰이다. 1월 출시한 세계 첫 AI폰 갤럭시S24의 흥행으로 시장 선점에 성공했지만 앞으론 장담할 수 없다. 애플은 오는 9일 자사 첫 AI폰 ‘아이폰16’을 내놓기 때문이다.

내년 1월 나올 갤럭시S25는 AI폰 주도권을 놓고 삼성이 애플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할 핵심 제품이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자사 제품 대신 퀄컴 칩만 넣기로 한 이유다. 삼성은 퀄컴이 개발하고 TSMC가 생산한 ‘스냅드래곤8 Gen 4’를 채택해 갤럭시S25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애플 AI폰 반격에…삼성 "갤S25 최고 성능으로 압도"

갤럭시 특화 AP 제시한 퀄컴

시장에선 그동안 갤럭시S25의 AP에 대해 “퀄컴 스냅드래곤8 Gen 4와 삼성전자 ‘엑시노스2500’이 함께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갤럭시S25 최상위급 울트라 모델엔 스냅드래곤을, 플러스와 일반 모델엔 국가별로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나눠 장착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에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동시에 쓴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퀄컴의 납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AP 가격이 치솟아 삼성의 AP 구입비는 2021년 7조6295억원에서 지난해 11조7320억원으로 늘었다. 스마트폰 원가의 약 20%를 AP에 쓴 셈이다. 여기에 엑시노스를 채택해 AP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생산을 맡은 파운드리사업부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최고 성능 부품만 써야 한다’는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전략과 퀄컴의 적극적인 구애가 맞물리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퀄컴은 갤럭시S25 울트라에 특화한 ‘스냅드래곤8 Gen 4 for galaxy’ AP를 제시했다. TSMC의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양산될 이 칩의 성능은 아이폰16에 장착하는 AP ‘A18’에 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16과 경쟁…S25 스펙 높여야

애플이 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아이폰16에 적용하며 AI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삼성의 전략 수정을 부른 요인으로 풀이된다. 삼성만 AI폰을 내놨을 때와 달라진 만큼 자사 칩을 고집할 만한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AI폰 출시를 위해 몸만들기에 들어간 것도 영향을 줬다.

퀄컴은 AP 출하량 기준으론 2~3년 전부터 대만 미디어텍에 시장 1위를 내줬다. 하지만 매출로는 여전히 세계 1위(올 1분기 점유율 36%)다. 프리미엄 AI폰용 AP와 관련해선 애플 외에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를 듣는다. 삼성은 내년 AI폰 시장에서 퀄컴 AP를 적용한 갤럭시S25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애플과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계획이다.

엑시노스는 내년 하반기 납품 추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당분간 엑시노스2500의 수율(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향상과 성능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DS부문 수뇌부도 최근 파운드리사업부에 “3㎚ 이하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의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희일비할 것 없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3㎚ 파운드리 공정에서 양산한 ‘엑시노스 W1000’ AP가 지난달 나온 ‘갤럭시워치7’에 성공적으로 도입된 만큼 엑시노스2500 AP도 내년 상반기께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DS부문은 내년 8월께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 폴드·플립7(가칭)에 엑시노스2500을 공급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