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8년간의 전개 과정은 혼란의 연속이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행보가 잘 보여준다. 분식 판정을 위한 감리를 총괄하는 금융감독원은 사태 초기 증권선물위원회에 출석해 “삼바 회계처리는 공동지배, 단독지배 모두 용인 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금융위원회도 “단독, 공동지배 중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최고 전문가들조차 일도양단식으로 정답 내기가 무리임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증선위원들이 ‘어떻게 답이 두 개일 수 있느냐’고 질책하자 점점 분식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이상 없다”던 금감원의 최초 입장은 ‘2015년 회계 위법’ ‘2012~2015년 회계 모두 위법’으로 불과 4개월 만에 돌변했다. 체면을 더 구긴 곳은 증선위다. 금감원에 이례적인 재감리를 명령하는 우여곡절 끝에 분식회계로 결론냈지만 자승자박이 될 조짐이다. 재판 결과가 증선위 판단과 정반대로 나오고 있어서다.

증선위는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바와 바이오젠의 공동지배하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형사·행정재판 1심에선 모두 삼바의 단독지배를 인정했다. 삼정·삼일·안진 등 3대 회계법인의 조언을 받아 삼바가 회계처리한 방식이 옳다고 판단했다. 최종 판결 전이지만 지금까지 전개만으로도 자본시장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증선위 체면에 단단히 금이 갔다.

법원 판결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대목이 적잖다. 행정법원은 ‘콜옵션이 내가격에 진입한 점만으로 지배력 판단을 바꿔선 안 된다’며 분식을 일부 인정했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 실제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공동지배로 변경해야 한다’고 명시한 국제회계기준(IFRS)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다.

혼선은 상급심에서 정리되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근본적 질문이 제기된다. 기관마다,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으로 삼바 사태가 분식이 아니라 회계기준 해석과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는 의구심이다. 안태준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허용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를 신중한 절차를 밟아 선택한 것을 분식 의혹으로 다뤄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증권·회계업계가 곱씹어볼 지적이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