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는 주가 부양 방안을 공개하라는 게 아닙니다. 회사의 경영 목표와 방침을 분명하게 밝히면 됩니다.”
"주가부양 아닌 경영방향 제시하는 게 밸류업 공시"
김용범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는 최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클럽’ 8월 월례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밸류업 보고서는 ‘회사를 이렇게 경영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주주들과 소통하는 통로”라며 “밸류업이란 명칭 때문에 많은 기업이 주가 부양 정책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했다.

밸류업 공시는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기업가치 제고 목표·계획, 이행 평가·소통 계획 등이 담긴 문서를 공개하는 제도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은행, 증권사들이 공시했고 DB하이텍 등 일부 제조 업체가 합류했다.

김 회계사는 10여 년 전부터 밸류업 공시를 시행한 일본 사례를 들었다. 그는 “파나소닉이 올해 공시한 밸류업 계획에 배당 얘기는 거의 없다”며 “그 대신 영업 현금흐름을 늘릴 방안을 주로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파나소닉처럼 밸류업 공시는 회사 목표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밸류업 공시에 담을 스토리 라인을 잡은 다음 매출 및 영업이익 증대 방안을 탄탄한 논리로 뒷받침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청정경쟁법(CCA)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중석 서울지속가능경영연구원장은 CBAM에 대해 “EU가 수입 제품에 탄소 가격을 매긴다는 점에서 사실상 관세 장벽”이라고 말했다. CBAM은 EU로 수출하는 기업이 제조 과정에서 EU 기준치를 넘는 탄소를 배출하면 탄소배출권(CBAM 인증서)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EU는 2050년에 배출할 온실가스를 1950년의 55%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2026년부터 CBAM을 시행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CCA에 대해선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시행될 초당적 법”이라며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자는 ‘곧 적용될 법’으로 가정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EU는 해외 수출 업체에 매기는 일종의 ‘탄소 벌금’을 자국 기업을 위한 보조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및 EU와 달리 한국에선 환경 규제를 제대로 준비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우리 기업이 글로벌 환경 규제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