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말로 예정된 경북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전 첫 시추를 앞두고 시추 위치 선정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시추 지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애초 계획한 시기(7월)보다 두 달가량 미뤄지고 있다.

프로젝트 실무를 맡은 석유공사는 일곱 개 유망 구조(석유·가스 매장이 예상되는 지점) 중 한 곳을 첫 시추 위치로 1순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두세 곳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시추 지점 확정이 늦어지면 후속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저 시추를 위한 드릴십의 용선 기간(40일)은 올 12월부터 시작된다. 이와 관련,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이 지난 6월 브리핑에서 “12월 말 시추한다는 계획에서 역산해 보면 7월에는 정확한 시추 위치를 정해야 추후 일정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선 동해 심해 석유탐사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의사 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적으로는 첫 시추는 ‘탐사 시추’로 물리조사를 통해 파악한 지형 구조가 실제로 맞는지, 자원 매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불확실한 탐사 프로젝트에 국민 혈세를 투입한다”며 정부를 압박하자 첫 시추에서 매장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첫 시추가 성공하지 않으면 정부가 계획한 나머지 네 번의 시추 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관련 부처에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황정환/이슬기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