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AI와 원자력, 쓰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생필품은 사람의 ‘일상’ 생활에 있어야 할 물품이다. 즉, ‘필수템’이다. 없으면 일상생활이 너무나 고달파진다. 이제 그 생필품에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들어오고 있다. 챗봇뿐만 아니라 긴 동영상 강의를 요약하고, 영어로 문장을 번역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따라 다른 ‘맛’으로 영어를 바꿔주기도 한다. 엄마가 권해주는 옷은 왠지 싫은 10대들이 입을 옷을 AI가 대신 권해주기도 한다.

AI가 추천하는 것은 타인의 사심이나 취향이 안 들어간 객관적인 권유 같아서 쉽게 받아들여진다. 사실 엄마가 자녀를 위해 산 옷 중에서 조합해 골라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옷도 AI가 권해준 것은 그냥 괜찮아 보인다. 그냥 믿음이 간다. 컴퓨터가 알아듣는 언어로 컴퓨터에 명령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코딩도 이제 AI가 웬만한 사람보다 잘한다. 사실 컴퓨터 입장에서 외계 언어인 인간의 말도 인간보다 잘 구사하는데 자기 모국어인 컴퓨터 언어로 이야기해달라는 건 못할 이유가 없다.

이제 정확하게 말이나 수식으로 표현해 지시할 수 있는 일은 AI가 모두 대체할 것이다. 사람이 더 잘하는 일은 AI를 이용하는 것과 말로도 수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노동의 영역이 될 것 같다. AI는 생활필수품을 넘어 생존 필수품이 되고 있다. AI, ‘쓰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컴퓨터라고 공짜로 일해주지 않는다.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AI 컴퓨터 서버 하나가 소모하는 전력량은 웬만한 전기차 10~20대가 소모하는 전력량과 같다. 그리고 AI 서버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만 줘서는 일을 못 한다. 24시간 링거를 꽂아두듯이 계속해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AI 서비스 업체의 고민이 있다. 소위 빅테크라고 불리는 기업이 하는 AI 서비스를 수요 증가에 맞춰 제공해주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전력량을 늘려줘야 한다.

가장 손쉬운 것은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24시간 태워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줄여야 할 판에 늘리는 것은 아주 난감한 일이다. 화석연료를 제외하면 우리 손에는 딱 두 가지만 남는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중 수력은 수량만 풍부하다면 24시간 공급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한국처럼 강수량의 대부분을 강우량으로, 그것도 여름에 몰아서 받는 나라는 수력자원을 많이 보유할 수 없다. 눈으로 받아서 쟁여두고 쓰면 좋겠지만 우리는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과 자연환경이 너무나 다르다.

태양광과 풍력도 24시간 공급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해는 하루 한 번 뜨고, 비 오거나 흐리면 해가 떠도 소용이 없다. 하루 평균 20시간은 쓸 수 없다. 그나마 풍력은 밤에도 바람이 불 때가 있어 태양광보다는 간헐성이 조금 덜하지만, 하루 평균 18시간은 사용할 수 없다. 바람 많은 덴마크에도 하루 평균 12시간은 풍력이 없다. 저장했다가 쓰기에는 배터리 용량이 너무 작고 비싸다. 하루 한 시간 남짓 전력 공급을 감당하는 정도가 최선이다. 남은 18시간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 원자력의 역할이 있다. 6시간 재생에너지, 18시간 원자력이 가장 적합한 조합이 될 것이다. 거기에 아주 약간의 화석에너지와 배터리 같은 저장장치가 최대한 역할을 해준다면 18시간이나 되는 원자력의 짐을 12시간 남짓으로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장기적인 에너지 믹스는 절반 혹은 그 이상의 원자력과 나머지 절반 정도 혹은 그 이하를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약간의 화석연료로 조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AI가 등장하면서 세상은 바뀌고 있고, 이미 방향은 정해진 것 같다. 우리 생존을 위해 에너지 체계도 그것에 맞게 바꿔야 한다.

구글이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포함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원자로를 개발하면서 원자력 전력을 구매하고, 아마존이 원자력발전소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을 공급받는 이유가 있다. 24시간 1년 365일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