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담배 과세한다는데…"찬성" 손 든 업계 속내는
담배의 정의를 확대해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 담배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세금 부담 증가를 싫어하는 일반 기업들과 달리 담배업계는 관련 입법을 반기는 분위기다. 제품부터 가격까지 사실상 정부 통제를 받는 담배시장의 특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5건 발의됐다. 현행법은 연초 잎을 원료로 썼을 때만 담배로 본다. 개정안은 연초 잎뿐만 아니라 줄기·뿌리를 쓰거나 연초가 아니더라도 일단 니코틴이 들어가면 모두 담배로 정의하는 내용이다. 법 개정으로 과세 대상에 추가되는 대표적인 제품은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다. 현행법상 합성니코틴은 화학물질을 쓰기 때문에 담배 관련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궐련형 담배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는 KT&G와 필립모리스 등은 중립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정을 들어보면 “합성니코틴에 세금도 물리지 않고 아무런 규제 없이 유통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법 개정에 공감하는 분위기 강하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만들고 있지 않아 이 시장이 제도권에서 커지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재미있는 점은 오는 11월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의 국내 출시를 앞둔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고(BAT) 역시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책임 있는 담배사업자로서 세금 부담을 안더라도 규제하에서 사업하는 게 타당하다”며 “동일한 목적의 제품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는 담배는 세금 인상이 판매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매출 및 수익 측면에서 이득”이라며 “관련 제품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다른 담배 업체도 액상형 담배 출시를 타진하는 등 사업 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사업법 개정안 처리 여부는 올 연말로 예상되는 정부 용역 결과에 달려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이 증명돼야 담배사업법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과세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설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