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흐트 박물관을 다시 찾은 아리엘. 연합뉴스
헤흐트 박물관을 다시 찾은 아리엘. 연합뉴스
박물관에 전시된 청동기 시대 항아리를 실수로 깨트렸던 네 살배기 꼬마가 박물관을 다시 찾아 환영받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리엘은 지난달 23일 가족과 함께 헤흐트 박물관을 찾았다가 실수로 3500년 된 항아리를 깨트렸다. 헤후트 박물관에 25년째 전시돼있던 이 항아리는 기원전 22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포도주나 기름을 담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헤흐트 박물관은 관람객이 유리 벽 등 보호물 없이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는데, 아리엘은 항아리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호기심에 살펴보다 실수로 깨트리고 말았다. 아리엘의 어머니 안 나는 "정말 1초만 한눈을 팔았을 뿐인데 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며 당황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버지 알렉스는 막내아들인 아리엘이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다며 사고 소식을 듣고는 "제발 내 아들이 아니길 빌었다"고 했다. 그는 깨진 항아리를 보고는 제발 모조품이기를 바라며 경비원에게 사고를 알렸고 피해보상을 하겠다고도 말했지만, 박물관 측의 대처는 예상 밖이었다.

박물관은 고의로 깨트린 것이 아님을 확인한 뒤 오히려 아리엘 가족을 박물관에 초청해 복원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 관장인 인바르 리블린은 "이번 기회를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아리엘 가족이 환영받는다는 느낌도 들고 싶었다"고 초청 이유를 밝혔다.

사고 발생 일주일만인 지난달 30일 박물관을 다시 찾은 아리엘은 점토로 만든 꽃병을 박물관에 선물했고, 복원 과정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박물관 측은 3D 기술을 활용해 항아리를 복원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께는 다시 전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물관의 복원 전문가인 로이 샤피르는 조각들이 온전해 복원은 간단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샤피르는 특히 유물을 만져보면 역사나 고고학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이 유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금과 같은 전시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