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공중보행로의 텅빈 모습./신현보 기자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의 텅빈 모습./신현보 기자
서울시가 1100억원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한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는 방안에 관해 이달 중 주민 공청회를 연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을 잇는 길이 1㎞의 다리 겸 보행로다. 이 시설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세운상가 보존·재생 정책의 핵심이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 목적으로 예산 1109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2022년 개통했다.

서울시가 개통된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공중 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한 것은 시설이 일대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중 보행로 전 구간의 일평균 보행량(2022년 10월~2023년 10월)은 1만1731건으로 공사 전 예측량(10만5440건)의 11%에 불과했다. 상권이 발달한 청계·대림상가 공중 보행로는 일평균 4801건의 보행량을 나타냈지만, 다리만 설치된 삼풍·PJ호텔은 보행량이 1757건에 불과했다. 보행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한경닷컴 <"비만 오면 난리"…1100억 쏟아부은 세운상가 충격 근황 [혈세 누수 탐지기⑦]> 참조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포함된 재정비촉진지구는 오세훈 시장과 박 전 시장의 정책 방향이 충돌했던 대표적인 사업지다. 오 시장 재임 당시인 2006년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한 데 이어 2009년 세운상가 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 통합 개발을 뼈대로 한 재정비 촉진 계획을 수립했다. 박 전 시장은 취임 뒤 2014년 철거 계획을 취소하고 도시 재생 중심으로 재정비 촉진 계획을 변경했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11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에서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서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며 "반드시 계획을 새로 세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와 관련해선 “대못”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