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공모채 타진을 하는 신용등급 BBB급(BBB-~BBB+) 기업들이 늘었다. 하지만 미매각 우려에 떠는 BBB급 건설사는 여전히 사모채 시장에 몰리고 있다. 공모채와 사모채 시장을 놓고 저울질하는 BBB급 기업들도 적잖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공모 회사채 300억원어치 발행에 나선 한솔테크닉스(신용등급 BBB+)의 수요예측 과정에서 1270억원어치 매수 주문이 몰렸다. 1년 6개월 만기 회사채 150억원 모집에 580억원, 2년 만기 150억원 모집에 690억원의 주문이 각각 접수됐다.

조달 금리도 낮췄다. 1년 6개월물은 이 회사 민평금리 대비 15bp(1bp=0.01%포인트), 2년물은 30bp 낮은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한솔테크닉스 회사채 수요예측을 놓고 IB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올 하반기에 공모 회사채를 찍는 첫 번째 BBB급 이슈어(발행사)인 만큼 비우량 회사채 투자심리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가 수요예측 과정에서 ‘완판’에 성공한 데다 조달금리도 낮추자 공모 회사채 시장에 BBB급 기업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채권 발행금리가 떨어진 것을 틈타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는 BBB급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우호적 시장 분위기에도 공모채 시장을 꺼리는 BBB급 이슈어도 적잖다. 투자자들의 냉대를 받는 BBB급 건설사들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가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탓이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미매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수건설(BBB)은 지난달 23일에 사모사채 50억원어치를 찍었다. 금리는 연 7.9%에 달했다. 신용등급이 ‘BBB+’로 책정된 HL디앤아이한라도 지난달 22일에 사모사채 1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만기 1년인 이 사모채 금리는 연 8%대로 발행됐다.

코오롱도 사모채 시장을 주로 찾는 BBB급 기업이다. 코오롱은 올 들어 1000억원이 넘는 사모채를 찍었다. 지난달 19일에도 사모채 3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자회사 현금수혈 규모가 커지자 조달 절차가 간편한 사모채 시장을 찾는 것으로 관측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