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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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을 사후에 보전해주는 보험에 가입한 후 허위 영수증을 토대로 보험금을 받아냈다면 향후 실제로 그 금액만큼 비용을 결제했더라도 보험 사기에 해당한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A씨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설계사등록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처분 사유가 인정되고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보험설계사인 A씨는 골프 경기 중 홀인원에 성공한 경우 1개월 이내에 기념품, 축하 만찬 등 홀인원 비용을 500만원 한도로 지급하는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A씨는 2014년 11월 실제로 홀인원에 성공했고, 다음날 한 골프용품점에서 5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곧바로 결제를 취소했다. A씨는 취소된 영수증을 첨부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보험금 5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19년 10월 경찰서에 출석해 사기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보험금 454만원을 반환했다. 검찰은 A씨가 실제 홀인원을 했고 이와 관련한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보험사와 원만히 합의한 점을 들어 불기소 처분했다.

금융위는 작년 4월 A씨 대해 보험업법을 근거로 보험설계사 등록 취소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편취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보험사기를 했다는 전제에서 보험설계사 등록을 취소한 이 사건 처분은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홀인원을 한 다음 날부터 약 한 달에 걸쳐 홀인원 비용으로 총 866만원을 지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 행위에 대해 엄격히 제재할 필요성이 크다"며 "그런데 보험설계사인 원고는 결제 취소된 허위 영수증을 제출해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가 보험사기에 해당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런데도 홀인원 관련 비용을 어차피 지출할 것이라는 이유로 허위 영수증 제출 등 적극적 청구행위에까지 나아간 것은 그 자체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A씨가 피해 보험사와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이는 원고의 보험사기 행위가 수사기관에 적발돼 수사가 시작되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주요하게 고려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보험업법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처분으로 보험설계사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2년 후에 다시 보험설계사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