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울림 제공
극단 산울림 제공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일지도. 잘 모르겠다"

20세기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소설 <이방인>의 첫 문장.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의 실존주의 소설로, "나는 누구인가? 이 세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진지하고 치열한 철학이 담긴 이 소설이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한국 현대 연극의 역사를 이끈 극단 산울림이 각색한 연극 '이방인'이다.

살인자의 시선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다…연극 '이방인'

연극의 주인공 뫼르소는 상식 바깥의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어머니의 죽음에도 무관심하고, 애인이 "나를 사랑하는가?"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어떤 황당한 계기로 살인을 저지르고 재판받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 뫼르소의 시각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함과 실존주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치열하고 철학적인 작품이다.

2017년 초연, 2018년 재연 이후 6년 만에 공연이다. 원작의 철학과 예술성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다. 공연은 서울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9월 22일까지 열린다.

독일 변호사가 쓴 법정극 <고트(GOTT)>
극단 산수유 제공
극단 산수유 제공
대학로에서는 윤리적 난제를 무대로 가져온 작품이 공연한다. 존엄사에 대한 열띤 토론을 담은 연극 '고트(GOTT)'다.

'고트'는 독일의 작가이자 변호사인 페르티난트 본 시라흐의 법정극이다. 극단 산수유가 한국 초연 무대에 올렸다. 주인공은 게르트너라는 이름의 남성. 그의 몸과 정신은 건강하지만 2년 전 아내와 사별한 게르트너는 죽고자 한다. 조력 사망을 위한 약물을 받기 위해 의약품·의료기기 연방 연구소에 처방전을 요구하지만 거절당한다.

이 문제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열린다. 의사, 변호사, 종교인, 법학자들이 토론에 참석한다. 몸이 건강한 사람이 죽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돕는 일이 윤리적으로 옳은 행위인가를 두고 공방이 오간다.

삶과 죽음, 인간의 행복과 도덕적 딜레마에 치열한 토론이 펼쳐진다. 토론이 끝난 후 관객은 직접 찬성 혹은 반대투표를 던진다. 투표 결과에 따라 위원장이 최후의 변론을 펼치며 윤리위원회는 막을 내린다.

'생명은 누가 소유하는가', '죽음은 누가 정의하는가' 등 인간의 생명에 대한 본질적이고 윤리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관객이 투표를 통해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도 갖췄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9월 15일까지 공연한다. 2025년 하반기에 재공연도 확정됐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