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한국 안 왔다"…'응급실 대란' 충격받은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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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다친 아이 상처 부위를 봉합해야 하는데 이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반나절동안 발을 동동 구른 부모의 사연이 관심을 끌고 있다.
30개월 된 아이를 두고 있다는 지난달 31일 A 씨는 아이 머리를 꿰매야 하는데 마취과 의사가 없어 어렵다는 병원 안내에 따라 119에 전화를 걸었다. 수용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몇 군데 병원에 연락을 해봐도 응급실에 받아줄 여력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성인만 가능하지 영유아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부분의 병원 응급실은 연락이 되지 않았고 힘들게 연락이 닿은 병원도 '(성형)외과, 마취과 전문의가 없다', '응급환자가 너무 많다' 등의 이유로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
A씨는 "외국인인 아내는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오지 않았다', '한국 의료 시스템이 이랬었냐'며 눈물을 흘렸다"면서 "예전에는 몇바늘 꿰매는 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졌었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주변에 있는 모든 병원에 연락을 돌린 지 몇시간 만에 한 병원에서 "마취를 못해 아이가 힘들어할 텐데 참고할 수 있으면 해 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A씨는 "아이가 울고불고 고통스러워하는데, 움직이면 아이가 다치니 여러 명이 악착같이 잡고 있던 끝에 치료가 무사히 끝났다"면서 "병원에서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위급할 때는 119를 부르는 것 보다 보호자가 직접 환자를 데려가는 게 받아줄 확률이 더 높다고 하더라. 말로만 의료대란이라고 생각했지 막상 닥쳐보니 정말 심각한 게 느껴진다"고 맺었다.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들 집단 사직이 이어지며 시작된 의정 갈등은 이달로 6개월째다. 응급실 대란은 이제 현실이 됐다. 앞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YTN '뉴스온'에 출연해 "아버지가 '응급실 뺑뺑이' 탓에 진료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의료 공백을 비판했다.
별세한 김 의원 아버지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제주시에서 오랫동안 병원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도 지난 2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벽에 낙상해 이마를 크게 다쳤는데 응급실 22곳에서 거절당했다는 경험을 전했다.
그는 "이번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료대란이 발생하면서 의료체계에 적지 않은 손상이 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이게 무너지면 정권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현장에선 응급 의료 체계가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원 환자가 평상시보다 급증하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정부는 추석 연휴 전후 2주간(9월 11~25일)을 '추석 연휴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하고 응급의료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응급의학과 의사 등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부가 응급의료 위기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며 "현 사태를 촉발한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응급실 위기라는 현 상황을 부정한 채 내놓은 부적절하고 눈 가리기식 응급실 위기관리 대책은 현 상황을 악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장은 절체절명의 위기라는데 대통령은 아무 문제가 없으며 위기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응급의료의 큰 위기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부는 문만 열고 있으면 정상이라며 국민을 속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억지로 응급실 문을 열어 둔다고 현 상황에서 환자를 받을 수 있느냐"며 "119 강제수용을 실시해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에 환자를 내려놓으면 뺑뺑이는 없겠지만 환자는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응급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앞으로 더 악화할 게 자명하다"며 "정부는 어리석은 정책 남발로 국민과 의료진이 더 이상 피해 보지 않도록 책임자를 문책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이 2일부터 차관급으로 응급실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매일 실시키로 했다.
첫 브리핑은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며 추후 브리핑 장소와 시간은 유동적이다.
응급실 일일 브리핑은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고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준비됐다.
지난 코로나19 사태 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일일 정례 브리핑을 진행해 확진자 현황을 공유했던 것처럼 응급실 운영 현황도 매일 브리핑으로 정보를 전달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30개월 된 아이를 두고 있다는 지난달 31일 A 씨는 아이 머리를 꿰매야 하는데 마취과 의사가 없어 어렵다는 병원 안내에 따라 119에 전화를 걸었다. 수용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몇 군데 병원에 연락을 해봐도 응급실에 받아줄 여력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성인만 가능하지 영유아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부분의 병원 응급실은 연락이 되지 않았고 힘들게 연락이 닿은 병원도 '(성형)외과, 마취과 전문의가 없다', '응급환자가 너무 많다' 등의 이유로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
A씨는 "외국인인 아내는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오지 않았다', '한국 의료 시스템이 이랬었냐'며 눈물을 흘렸다"면서 "예전에는 몇바늘 꿰매는 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졌었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주변에 있는 모든 병원에 연락을 돌린 지 몇시간 만에 한 병원에서 "마취를 못해 아이가 힘들어할 텐데 참고할 수 있으면 해 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A씨는 "아이가 울고불고 고통스러워하는데, 움직이면 아이가 다치니 여러 명이 악착같이 잡고 있던 끝에 치료가 무사히 끝났다"면서 "병원에서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위급할 때는 119를 부르는 것 보다 보호자가 직접 환자를 데려가는 게 받아줄 확률이 더 높다고 하더라. 말로만 의료대란이라고 생각했지 막상 닥쳐보니 정말 심각한 게 느껴진다"고 맺었다.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들 집단 사직이 이어지며 시작된 의정 갈등은 이달로 6개월째다. 응급실 대란은 이제 현실이 됐다. 앞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YTN '뉴스온'에 출연해 "아버지가 '응급실 뺑뺑이' 탓에 진료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의료 공백을 비판했다.
별세한 김 의원 아버지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제주시에서 오랫동안 병원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도 지난 2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벽에 낙상해 이마를 크게 다쳤는데 응급실 22곳에서 거절당했다는 경험을 전했다.
그는 "이번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료대란이 발생하면서 의료체계에 적지 않은 손상이 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이게 무너지면 정권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현장에선 응급 의료 체계가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원 환자가 평상시보다 급증하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정부는 추석 연휴 전후 2주간(9월 11~25일)을 '추석 연휴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하고 응급의료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응급의학과 의사 등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부가 응급의료 위기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며 "현 사태를 촉발한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응급실 위기라는 현 상황을 부정한 채 내놓은 부적절하고 눈 가리기식 응급실 위기관리 대책은 현 상황을 악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장은 절체절명의 위기라는데 대통령은 아무 문제가 없으며 위기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응급의료의 큰 위기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부는 문만 열고 있으면 정상이라며 국민을 속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억지로 응급실 문을 열어 둔다고 현 상황에서 환자를 받을 수 있느냐"며 "119 강제수용을 실시해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에 환자를 내려놓으면 뺑뺑이는 없겠지만 환자는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응급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앞으로 더 악화할 게 자명하다"며 "정부는 어리석은 정책 남발로 국민과 의료진이 더 이상 피해 보지 않도록 책임자를 문책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이 2일부터 차관급으로 응급실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매일 실시키로 했다.
첫 브리핑은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며 추후 브리핑 장소와 시간은 유동적이다.
응급실 일일 브리핑은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고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준비됐다.
지난 코로나19 사태 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일일 정례 브리핑을 진행해 확진자 현황을 공유했던 것처럼 응급실 운영 현황도 매일 브리핑으로 정보를 전달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