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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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업계 '큰손'으로 꼽히는 대명화학그룹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여개 패션 브랜드를 거느린 대명화학은 지난달 K뷰티 브랜드 인수 소식을 알리며 사업 영역 확대를 예고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또 다른 패션 브랜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대명화학을 이끄는 권오일 회장은 내수 부진에 최근 2년간 M&A를 자제해왔지만 최근 이 같은 공격적 움직임으로 전환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명화학그룹 계열 패션기업인 폰드그룹은 스포츠 브랜드 스파이더를 운영하는 브랜드유니버스의 지분 50%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된다고 2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 심사가 승인되면 브랜드유니버스는 다음 달부터 폰드그룹의 연결 계열사로 편입된다.

브랜드유니버스는 백화점,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전국 110개 스파이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스파이더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폰드그룹은 이번 스파이더 인수를 통해 브랜드유니버스가 내년 20% 성장하고 오는 2026년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폰드그룹은 화장품 유통회사 모스트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다고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모스트는 맥쿼리은행과 애플, 아마존 코리아 등에서 근무한 정다연 대표가 2019년 창업한 화장품 전문 수출기업으로 최근 성장세가 돋보인다. 모스트는 K뷰티 시장을 이끄는 ‘수출 효자’ 제품들을 다수 거느린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등 30여개 국내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해왔다.

대명화학은 모스트가 해외 시장 수요를 잡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으로 풀이된다. 폰드그룹은 모스트가 올해 전년 대비 180% 증가한 35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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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M&A를 주도하는 권 회장의 행보도 관심이 쏠린다. 회계사 출신인 권 회장은 2000년 대명화학을 설립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M&A를 추진해 회사를 패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2020년 대명화확 관계사로 편입한 하고하우스는 현재 국내외 젊은 층 사이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마뗑킴을 비롯한 디자이너 브랜드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왔다.

대명화학은 2021년 계열사인 코웰패션을 통해 로젠택배를 인수하는 등 패션 이외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2022년에는 계열사 디에이피가 충북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인 에어로케이항공 최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패션 부문 이익률이 떨어지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M&A를 자제해왔다. 실제 대명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2조1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줄었고 영업이익은 745억원으로 44.7% 감소했다. 이번 뷰티 브랜드 인수는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성장 동력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