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사라 수석실장, 당신 해고야!”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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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변호사 차은경은 대형로펌 법무법인 대정의 이혼분야 스타 변호사이다. 자신의 비서 최사라가 남편 김지상과 내연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난한 분쟁 끝에 결국 남편과 이혼하게 된다. 한편, 최사라는 평소 강남 오피스에 자기 이름이 걸린 방을 가져보는 것이 꿈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법무법인 대정에서 수석실장이 되어야 했다. 차은경은 최사라에 대한 인사평가에서 만점을 주었고, 최사라는 수석실장으로 승진하여 꿈에 그리던 자기 방을 가지게 되는데, 곧바로 차은경이 나타나 해고를 통보하고, 최사라의 꿈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더 아픈 법. 몇 번씩 돌려봤다는 시청자들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 ‘굿 파트너’의 사이다 장면이다.
드라마 속 설명을 짚어본다. 차은경의 해고 통보 직후 “최사라 수석실장은 사내규정 제25, 26조 위반으로 해고처리되었음을 공지합니다”라는 사내공지가 게시된다. 분노한 최사라는 정우진 변호사를 찾아가 부당해고 당했다며 항의하자 “최실장은 회사 해고규정을 충족해서요. 그래서 모든 임원이 같은 의견으로 해고처분을 한 겁니다”라는 답변을 듣는다. 최사라는 부당해고라며 노동청으로 바로 가겠다고 한다.
수석실장으로 승진이 되었다고 그 전에는 어렵던 해고가 쉽게 가능할까. 수석실장 최사라가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그 전과 특별히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지위가 상승한 만큼 요구되는 역량과 태도가 다를 수 있지만 해고의 문턱이 갑자기 낮아질 수는 없다. 그런데 해고는 근로기준법상 개념으로 사용자의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이므로, 사내규정 위반으로 해고처리되었다는 공지나 해고규정을 충족하여 해고처분을 했다는 정우진 변호사의 답변 모두 수석실장이 근로자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드라마 속 설명이 좀 석연치 않다.
부수적으로, 사규위반으로 인한 해고와 같은 사항을 실명 공지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 침해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사규위반 사례 전파를 통한 직원 계도 목적이라면 익명으로 해도 충분할 수 있다. 그리고 매일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안보이면 어차피 소문은 다 나게 마련이고 모두가 알 수밖에 없다. 또 노동청에 가서 부당해고를 호소해봤자 잘못 찾아왔다는 답변만 듣게 될 것이다. 부당해고를 주장하려면 노동위원회나 법원으로 가야한다. 근로자에 대한 해고통지는 구두로 하면 안되고 서면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기본적인 사항이라 설명을 생략한다.
그러면 ‘수석실장 승진 후 해고’라는 차은경의 전략은 드라마 속에서만 가능하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수석실장은 근로자가 아닌 임원이고, 로펌과의 사이에서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을 맺었다고 인정이 되면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당한 해고의 기준은 매우 높은 반면,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단지 손해배상의 문제만 남기 때문이다(민법 제689조).
이때 근로계약관계인지, 위임관계인지가 결론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기본적인 판단기준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이고,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사장 등의 지휘·감독하에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는 관계에 있었다면 근로자로 인정되는 반면(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57459 판결), 구체적인 사안에서 기능적으로 분리된 특정 전문 부분에 관한 업무 전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처리하는 지위에 있고, 사업계획 수립, 평가기준 수립 등 상당한 전결권을 가진 경우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최사라 수석실장은 어떨까. 하루만에 계약이 종료되어 구체적인 권한 및 책임의 범위, 업무 내용을 알기 어려우나, 상당한 정도의 권한과 재량권이 없다면 위임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해고를 위해 승진을 시켰다는 사정까지 밝혀진다면 근로자가 아니라고 인정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할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사이다 장면이었지만, 수석실장으로 승진시키고 바로 해고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부당해고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사라 수석실장이 근로자라면 달리 방법이 없을까. 드라마 속 장면과 비슷한 상황으로, 수석실장 승진 후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동일하지만(상사의 배우자와의 불륜이 해고사유가 되는지는 논외로 한다), 기간의 정함이 있기 때문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조금 참으면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가정하면, 수석실장 승진으로 기존 정규직 근로계약은 종료되고 새롭게 기간제 근로계약 상태가 된 것인지, 기간제 근로계약은 형식에 불과하고 기존 정규직 근로계약이 유지되고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관련하여 제반 사정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중요한데, 법원은 비등기임원으로 승진한 경우 임원 승진은 직원들 입장에서 매우 명예로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그러한 차원에서 임원계약에 기재된 조건을 수용했을 것이며, 회사 내 임원의 퇴임 사례 및 관행에 비추어 기존 계약은 종료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20. 9. 18. 선고 2019구합89524 판결). 수석실장이 되어 강남 오피스에 방을 갖는 오랜 꿈을 성취한 최사라로서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충분히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이고, 기간제 근로계약으로 법률관계가 변하였으니 그에 따라 규율이 될 것이고 차은경으로서는 기간 만료시까지 참을 수밖에 없겠지만 정년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관계 정리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드라마 속 설명을 짚어본다. 차은경의 해고 통보 직후 “최사라 수석실장은 사내규정 제25, 26조 위반으로 해고처리되었음을 공지합니다”라는 사내공지가 게시된다. 분노한 최사라는 정우진 변호사를 찾아가 부당해고 당했다며 항의하자 “최실장은 회사 해고규정을 충족해서요. 그래서 모든 임원이 같은 의견으로 해고처분을 한 겁니다”라는 답변을 듣는다. 최사라는 부당해고라며 노동청으로 바로 가겠다고 한다.
수석실장으로 승진이 되었다고 그 전에는 어렵던 해고가 쉽게 가능할까. 수석실장 최사라가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그 전과 특별히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지위가 상승한 만큼 요구되는 역량과 태도가 다를 수 있지만 해고의 문턱이 갑자기 낮아질 수는 없다. 그런데 해고는 근로기준법상 개념으로 사용자의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이므로, 사내규정 위반으로 해고처리되었다는 공지나 해고규정을 충족하여 해고처분을 했다는 정우진 변호사의 답변 모두 수석실장이 근로자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드라마 속 설명이 좀 석연치 않다.
부수적으로, 사규위반으로 인한 해고와 같은 사항을 실명 공지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 침해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사규위반 사례 전파를 통한 직원 계도 목적이라면 익명으로 해도 충분할 수 있다. 그리고 매일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안보이면 어차피 소문은 다 나게 마련이고 모두가 알 수밖에 없다. 또 노동청에 가서 부당해고를 호소해봤자 잘못 찾아왔다는 답변만 듣게 될 것이다. 부당해고를 주장하려면 노동위원회나 법원으로 가야한다. 근로자에 대한 해고통지는 구두로 하면 안되고 서면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기본적인 사항이라 설명을 생략한다.
그러면 ‘수석실장 승진 후 해고’라는 차은경의 전략은 드라마 속에서만 가능하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수석실장은 근로자가 아닌 임원이고, 로펌과의 사이에서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을 맺었다고 인정이 되면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당한 해고의 기준은 매우 높은 반면,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단지 손해배상의 문제만 남기 때문이다(민법 제689조).
이때 근로계약관계인지, 위임관계인지가 결론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기본적인 판단기준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이고,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사장 등의 지휘·감독하에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는 관계에 있었다면 근로자로 인정되는 반면(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57459 판결), 구체적인 사안에서 기능적으로 분리된 특정 전문 부분에 관한 업무 전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처리하는 지위에 있고, 사업계획 수립, 평가기준 수립 등 상당한 전결권을 가진 경우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최사라 수석실장은 어떨까. 하루만에 계약이 종료되어 구체적인 권한 및 책임의 범위, 업무 내용을 알기 어려우나, 상당한 정도의 권한과 재량권이 없다면 위임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해고를 위해 승진을 시켰다는 사정까지 밝혀진다면 근로자가 아니라고 인정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할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사이다 장면이었지만, 수석실장으로 승진시키고 바로 해고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부당해고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사라 수석실장이 근로자라면 달리 방법이 없을까. 드라마 속 장면과 비슷한 상황으로, 수석실장 승진 후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동일하지만(상사의 배우자와의 불륜이 해고사유가 되는지는 논외로 한다), 기간의 정함이 있기 때문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조금 참으면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가정하면, 수석실장 승진으로 기존 정규직 근로계약은 종료되고 새롭게 기간제 근로계약 상태가 된 것인지, 기간제 근로계약은 형식에 불과하고 기존 정규직 근로계약이 유지되고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관련하여 제반 사정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중요한데, 법원은 비등기임원으로 승진한 경우 임원 승진은 직원들 입장에서 매우 명예로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그러한 차원에서 임원계약에 기재된 조건을 수용했을 것이며, 회사 내 임원의 퇴임 사례 및 관행에 비추어 기존 계약은 종료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20. 9. 18. 선고 2019구합89524 판결). 수석실장이 되어 강남 오피스에 방을 갖는 오랜 꿈을 성취한 최사라로서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충분히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이고, 기간제 근로계약으로 법률관계가 변하였으니 그에 따라 규율이 될 것이고 차은경으로서는 기간 만료시까지 참을 수밖에 없겠지만 정년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관계 정리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