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은 …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 이게 무슨 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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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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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퇴직금 사건에서 '기업'과 동일한 의미로 판시한 바 있다. 사업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다만 판례가 사업의 의미를 위와 같이 판시한 사건이 모두 퇴직금제도와 관련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특정 사안에서만 사업과 기업을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해석을 비롯한 실무례는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노동관계법 일반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는 사업이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장소적 관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괄된 공정 하에 통일적으로 업무가 수행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장소에 관계없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조직은 하나의 사업이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법인체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업으로 인정하며, 법인 내 있는 수 개의 사업장·사업부서는 인사·노무관리에 있어 일정 부분 재량권이 위임되어 있다 하더라도 전사적(全社的)인 방침이나 목표 등에서 제약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기업의 일부에 해당하므로, 모든 사업장·사업부서의 전체 조합원 수를 고려하여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1953년 근로기준법에서는 적용대상을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이하 사업이라 한다'고 덧붙이고 있었고, 그에 따라 사업과 사업장을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음이 명백했다. 그러다가 1997년 근로기준법에서는 '이하 사업이라 한다'라는 표현이 삭제되었으나, 삭제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 이러한 삭제 때문에 사업과 사업장이 다른 개념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리필연적인 이유는 없고, 만약 근로기준법에서 사업과 사업장을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려고 하였다면 양 개념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었을 것이라고 해석하여, 사업과 사업장은 여전히 동일한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론에 대해서는 같은 의미인 사업과 사업장을 왜 반복적으로 규정하였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이래저래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관계법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을 해석하는 것은 노동법학계의 오랜 숙제이나, 아직 이에 대한 변변한 논문 하나가 없는 실정이다.
본질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대상 내지 단위를 '또는'이라는 택일적인 의미의 용어를 사용하여 규정한 것부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규정하는 경우에는 정책목적에 따라,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법적용 여부와 범위가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법적 안정성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문제는 입법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입법을 함에 있어 노동관계법의 적용단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분별하게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고민 끝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였다면 제대로 해석하여야 한다. 해석하기 어렵고 현실성이 없다면 과감하게 사업장을 삭제하자. 입법적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