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투지바이오, 장기지속형 비만약 제조 특허 취소…이후 쟁점은?
인기 비만약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광범위한 제동을 걸었던 지투지바이오의 특허가 취소됐다. 지투지바이오가 항소 또는 권리 범위를 축소하는 분할신청을 예고함에 따라 장기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 제조 특허에 대한 소송전 ‘2라운드’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청 특허심판원은 지난 30일 지투지바이오가 보유한 특허 제2375262호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특허 제2375262호는 ‘GLP-1 유사체, 또는 이의 약학적으로 허용가능한 염을 포함하는 서방형 미립구를 포함하는 약학적 조성물’이라는 제목의 특허다. 국내에서 세마글루타이드 장기지속형 제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광범위한 특허다.

일각에서는 장기지속형 제제를 만드는 거의 모든 방법이 이 특허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특허의 제한 범위가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라 특허청이 특허취소신청심판 소를 인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특허에 대한 취소신청인은 ‘자연인’인 김옥자 씨로 명기돼 있다. 업계는 장기지속형 비만약을 제조하는 국내 벤처기업인 아울바이오가 특허사무소 관계자의 이름으로 취소신청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취소신청은 법인명을 직접 노출하는 대신 특허사무소 관계자의 이름으로 신청하는 게 관례다. 아울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특허 취소신청을 전해 들어 알고 있을 뿐 신청 당사자는 우리가 아니다”고 했다.

펩트론이 지난해 제기한 특허무효심판 또한 특허 제2375262호를 겨냥한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한 때 펩트론이 법인명을 노출하며 지투지바이오에 특허무효심판을 신청한 것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오가기도 했다. 법인명을 숨기는 관례를 깨고 법인명을 밝힌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양사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한 변리사는 “특허취소신청은 특허가 등록된 지 6개월 내에 누구나 할 수 있는 반면 특허무효심판은 이해관계인만 걸 수 있다”며 “펩트론의 법인명이 노출된 건 특허무효심판 특성상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관계가 없는 특허사무소 관계자는 특허무효심판을 걸 수는 없다는 뜻이다.

펩트론의 특허무효심판 신청에 대해 지투지바이오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펩트론이 특허무효심판을 신청하기 전부터 이미 취소심결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동일한 취지의 소가 2개 접수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허청이 특허취소신청의 소를 인용함에 따라 펩트론의 무효심판은 실익이 없어 기각될 전망이다.

지투지바이오는 항소 및 분할신청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제한 범위가 넓은 강력한 특허였던 만큼 특허취소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 회사 입장에서 예상치 못했다거나 치명적인 일은 아니다”라며 “지투지바이오의 핵심 기술은 여전히 보호하는 방향으로 범위를 축소해 특허를 재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허 취소는 국내에 등록된 특허에만 해당한다. 지투지바이오는 이와 유사한 특허를 2022년 8월 미국과 일본에, 그리고 같은 해 9월 유럽에 출원했으며 아직 등록이 완료되지 않았다. 한 특허 전문가는 “특허 범위를 얼마나 광범위하게 정하느냐에 따라 등록까지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라며 “각국 특허당국과 특허범위를 조율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등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특허 취소가 지투지바이오의 기술수출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도 ‘관전포인트’로 보고 있다. 지투지바이오가 비만약을 제조 및 판매하는 다국적제약사와 기술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지투지바이오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적용하면 비만약의 투약 간격을 기존 일주일에서 28일로 늘릴 수 있다.

특허 취소의 영향에 대해 지투지바이오 관계자는 “후발 경쟁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 특허 범위를 넓게 했던 것”이라며 “특허 범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핵심기술을 보호하면 향후 기술수출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투지바이오는 지난 달 2개 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받아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이우상/이영애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9월 3일 08시31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