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K좀비’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이 에버랜드 체험시설로 탈바꿈했다. 웹툰에서 시작한 지식재산(IP)이 영상 콘텐츠를 넘어 테마파크까지 진출한 사례다. 국내 콘텐츠 IP가 업종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 콘텐츠가 놀이공원에

테마파크 속으로 들어온 K웹툰 콘텐츠
넷플릭스는 에버랜드와 손잡고 오는 6일부터 11월 17일까지 두 달간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과 ‘기묘한 이야기’ 테마 체험존(사진)을 운영한다고 2일 발표했다. 에버랜드 내 약 1만㎡ 공포 테마존 ‘블러드시티’에 각 콘텐츠의 세계관을 집어넣었다.

넷플릭스와 에버랜드는 이번에 마련한 체험존이 얼마만큼의 호응을 얻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웹툰 기반 영상 콘텐츠를 테마파크에 적용한 첫 사례여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장기간 대규모 야외 공간에서 주요 콘텐츠 세계관을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기획한 것”이라며 “작품을 보며 느낀 재미를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선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인공처럼 효산고 교복을 입고 좀비 분장을 해볼 수 있다. 효산고 급식실을 둘러보는 것은 물론이고, ‘기묘한 이야기’를 상징하는 스쿱스 아호이 아이스크림 트럭도 체험할 수 있다. 각 콘텐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특별 음식, 협업 굿즈(상품)도 판매한다.

에버랜드는 어두운 실내에서 좀비를 피해 탈출해야 하는 놀이시설 ‘호러메이즈’도 ‘지금 우리 학교는’ 콘셉트로 재단장했다. 에버랜드 측은 “에버랜드 인프라와 넷플릭스 세계관을 결합해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의 관심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 만든 IP, 확장성도 커

콘텐츠업계에선 이번 협력을 계기로 국내 IP의 사업 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기 IP 하나가 영상 콘텐츠는 물론이고 웹툰, 웹소설, 게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 재창작되는 흐름이 테마파크 등 오프라인 공간으로도 확산하고 있어서다. 영상 콘텐츠 제작 정도가 국내 IP 확장의 대표 사례였던 2~3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전언이다.

웹툰, 게임 IP가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롯데월드는 7일부터 하이브의 인기 웹툰 ‘다크 문’ IP를 활용한 테마존 ‘다크 문 월드’를 선보인다. 롯데월드에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 세계관을 콘셉트로 한 공간을 구현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시도는 ‘잘 만든 IP’의 경쟁력이 인정받으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팬층의 이목을 끌어오면서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게 IP의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해외에는 유명 IP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겨 성공한 사례가 많다. 유니버설스튜디오, 디즈니랜드에 조성된 ‘해리포터 테마파크’가 대표적이다.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은 2021년 닌텐도의 인기 IP ‘슈퍼마리오’를 활용한 테마 공간을 선보였다. 이듬해 이곳 입장객은 전년보다 2.2배 증가한 1235만 명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IP 경쟁력을 활용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영상, 굿즈, 테마파크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인기 IP를 접목하는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황동진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