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잘나가던 조선株, 주가 갑자기 고꾸라진 이유…환율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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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선가지수 사상 최고치 앞뒀지만
8월 조선株 대부분 급락

상대적으로 주가 덜 오른 한화오션만 상승
원·달러 환율 하락·피크아웃 우려 불거져
사진=한화오션
사진=한화오션
선박 수주가 잇따르던 조선사들의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컨테이너선에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쏟아지면서 '새로 짓는 배 가격'(신조선가지수)이 사상 최고치를 뚫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오지만 향후 일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주가는 각각 15.25%, 12.92%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3.48%)의 3~4배에 달한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뎠던 한화오션 주가만이 유일하게 6% 가까이 상승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조선 업종은 비교적 상승세가 뚜렷한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주요 조선주들이 대형 일감을 잇달아 수주한 데 이어 신조선가지수도 높아지면서다. 이 기간 HD한국조선해양 63.5% 올랐으며,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주가는 각각 51.1%, 21.7% 상승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중동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4척을 1조4381억원에 수주하면서 총 22척, 49억 달러(약 6조5600억원)를 따내 올해 수주 목표인 97억 달러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한화오션도 중동 선주 2곳에서 7조원 규모의 운반선을 수주했다.

신조선가지수도 조선주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조선·해양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신조선가지수는 187.98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점인 191.6(2008년 9월)의 98% 수준까지 올라섰다. 수주량 증가에 더해 수주 선박에 대한 발주 금액 지표인 신조선가지수가 매월 상승세를 나타내며 비싼 가격에 배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조선주 주가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부터다. 전 세계적으로 신조선 발주량 감소하자 조선업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불거진 데다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임박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240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주요 선종별로 보면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 2차 물량으로 인해 LNG선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92.6% 증가했고 벌크선, 컨테이너선은 42.2%, 50.5%씩 줄었다. 1분기 중 카타르 2차 LNG선 29척 전량을 따낸 국내 조선사들은 상반기에 글로벌 평균을 웃도는 성적을 거뒀으나 신조선 발주량은 대체로 감소하는 추세다.

원·달러 환율 하락도 조선주 주가에 부담이 됐다. 7월 초 1380원대를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1330원대까지 내렸다. 환율 하락은 조선주에겐 악재다. 조선업은 공정 단계에 따라 선박 건조 비용을 달러로 지급받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미 높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으로 차익실현 요구가 커졌고, 조선사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 하락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