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를 지원하는 은행·보험업계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첫 사례가 나왔다. 신디케이트론은 지난 5월 정부가 내놓은 PF 연착륙 방안의 핵심 수단 중 하나다.

'PF 정상화' 신디케이트론 1호 나왔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보험업권 신디케이트론 대주단이 서울 을지로 오피스 증·개축 사업장에 대한 대출 심사를 마치고 첫 대출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발표했다. 800억원 규모의 실제 대출은 이달 중순께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1호 신디케이트론은 경·공매 낙찰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대출이다. 대상 물건은 을지로 패스트파이브타워다. 1994년 준공된 지하 6층~지상 12층 규모의 건물이다. 기존 사업자가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매물로 나왔다. 신한리츠운용이 지난달 공매에서 1200억원에 낙찰받았다. 앞으로 증·개축을 통해 사업성을 높일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한 도심권 오피스 재개발 사업장에 신디케이트론 자금이 공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선 경·공매 등을 통해 기존 PF 사업장을 인수해 새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부동산 개발사가 신규 자금 조달처로 신디케이트론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5개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과 5개 보험사(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지난 6월 신디케이트론 업무협약을 맺고 대주단을 구성했다. 금융위원회가 설립을 독려했지만 시장 개입 등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소송 등 법률 리스크가 없고, 대주단 간 분쟁이 없는 사업장일 것’이라는 요건만 두고 실제 운영은 참여 금융사에 맡겼다.

대출 심사 등 실무를 맡는 주관사는 5대 은행이 돌아가면서 맡되, 각 은행이 발굴한 물건은 해당 은행이 주관하는 구조다. 다만 이번 을지로 오피스 대출 건은 5대 은행이 모두 주관하는 ‘클럽딜’(공동구매)이었다.

대주단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여러 수요자와 대출을 상담해 왔다. 현재 예비 차주(대출자)와 사전 협의가 끝나 여신 심사 등 대출 절차를 진행 중인 사업장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금융사들은 은행 80%, 보험사 20% 비율로 먼저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했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규모를 최대 5조원까지 늘릴 수 있다. 5조원은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경·공매 대상 PF 규모(13조5000억원)의 40% 수준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