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가 어제 개원식과 함께 첫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었다. 임기 시작 95일 만에 열린 개원식은 1987년 개헌 이후 최장 지각이라는 오명을 썼다. 정치 실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최장 지각 개원식을 한 데는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여야 간 합의를 건너뛴 단독 개원 강행, 핵심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22대 국회 석 달 만에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청문회와 탄핵안 발의, 대통령 거부권 법안들의 잇따른 강행 처리 등으로 국회를 무한투쟁으로 몰아갔다. 그렇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이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탄핵하겠다고 하는 판에 개원식에 와달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게 대통령실의 이유다.

작년과 같이 대통령을 불러놓고 망신주기식 피켓시위를 할 가능성도 우려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지금 국회는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고 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당 소속 이전에 헌법상 ‘국가원수’다. 아무리 야당이 무도하다고 해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 정국이 꼬였을 때 거대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아쉽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선 더 생산적인 결과를 낳기를 바란다. 그제 여야 대표가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할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해 그 단초는 마련됐다. 두 대표가 합의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은 한시가 급한 만큼 립서비스에 그치지 말고 조속히 입법해야 할 것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상속세 부담 완화 등도 마음만 먹는다면 접점 찾기가 어렵지 않다. 정부가 이번주 발표할 국민연금 개혁도 지속 가능한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혹여 민주당은 이런 다급한 현안들을 노란봉투법, 25만원 지원법 등 당 중점 추진 법안들과 연계하는 전략을 펴 발목 잡는 구태를 보인다면 민생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이재명 대표가 정기국회 첫날부터 ‘예산 시정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외친 것은 우려를 키운다.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협의 정신을 하루 만에 거스르는 것처럼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