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출시될 차세대 D램은 ‘정보 저장’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데이터 처리 용량을 대폭 늘려 인공지능(AI)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정보기술(IT) 기기의 두뇌인 프로세서 칩이 하는 연산까지 수행하는 차세대 D램이 개발되고 있다.

메모리의 진화…직접 연산하는 D램 나온다
프로세싱인메모리(PIM)가 선두주자로 꼽힌다. PIM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프로세서가 수행하는 연산 기능 일부를 메모리 내부에서 처리하는 D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PIM을 미래 핵심 기술로 보고 관련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모든 IT 기기는 프로세서칩이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를 불러와 연산하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데이터가 한꺼번에 많이 오가면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PIM은 간단한 연산을 스스로 처리함으로써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오가는 단순 반복 작업을 줄인다. PIM은 도로에 진입하는 불필요한 차량을 줄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차량이 줄면 톨게이트(프로세서칩)는 꼭 통과해야 할 차량(AI 연산)을 빨리 통과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D램을 여러 겹으로 쌓는 AI가속기용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PIM을 결합한 HBM-PIM을 2021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AMD는 “AI가속기에 HBM-PIM을 적용한 결과 기존 제품 대비 GPU 성능이 두 배 이상 높아지고 전력 소모는 50%가량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GPU 연산까지 대체할 수 있는 D램인 ‘AiMX’(시제품명)를 지난해 9월 공개했다. AiMX는 그래픽 D램인 GDDR6에 PIM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회사 측은 AiMX가 GPU로 구동되는 시스템 대비 반응 속도가 10배 이상 빠르고 에너지 소비 효율이 5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PIM이 도로 위 차량을 줄이는 기술이라면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는 도로를 기존 1차로에서 10차로로 확대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도로가 넓어지면 시스템 전체 연산 성능이 향상된다. CXL은 데이터가 이동하는 통로를 넓히는 동시에 여러 대 서버가 메모리를 공유하게 한다. 메모리를 공유하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 더 많은 D램이 들어간다. CXL 기반 D램을 사용하면 서버 한 대당 메모리 용량을 최대 10배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256기가바이트(GB) CXL 2.0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고객사와 256GB CXL 2.0 인증을 진행 중이다.

저장공간(셀)을 수평이 아니라 빌딩처럼 수직으로 쌓는 3차원(3D) D램도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