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사옥 / 사진=최혁 기자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사옥 / 사진=최혁 기자
오는 2027년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지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변화가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의무지출액은 2027년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4대 공적연금의 지출액은 올해 77조6384억원에서 내년 85조4414억원, 2026년 93조916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2027년 101조852억원, 2028년 106조6922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8.3%로, 같은 기간 정부의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3.6%)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국민연금의 지출 증가 속도가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지출액은 올해 43조3729억원을 기록한 뒤 2027년(60조6225억원) 60조원을 돌파하고 2028년에는 64조1464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연평균 증가율은 10.3%에 달한다.

공무원연금 지출액은 올해 24조8878억원에서 2028년 30조7763억원으로 연평균 5.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사학연금 지출액은 5조3369억원에서 6조9940억원(연평균 6.8%), 군인연금 지출액은 4조408억원에서 4조8254억원(연평균 4.5%)으로 늘어날 것으로 계산됐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가입자보다 수급자가 빠른 속도로 늘며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자의 늪에 빠졌다. 내년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정부 내부 수입 등 정부 부담을 제외한 재정수지)는 5조116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내년 군인연금 적자 규모는 3조5279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혈세를 들여 공적연금의 재정적자를 메우고 있다. 내년에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각각 7조1888억원, 3조7020억원이 투입된다. 2028년에는 각각 8조804억원, 4조8351억원으로 불어난다. 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은 아직 적자는 아니지만, 내년 정부 지원금으로 각각 1조111억원, 113억원이 투입된다.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정부는 오는 4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다. 세대간 공정성과 지속가능성, 노후 소득 보장 등에 중점을 둔 구체안이 나올 예정이다.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고, 경제와 인구 상황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조절하는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