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내 라면 3대장 기업 주가가 두 달여 만에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 수출 확대 기대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점이 과열 의견에 불을 지핀데다 일부 해외 시장에서 실적이 주춤하자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은 탓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변화가 없는데다 증설 등을 통해 해외매출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주가 조정이 매수 기회라고 조언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 6월 전고점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31.89% 내렸다. 지난달에만 19.85% 떨어졌다. 같은 기간 농심(-35.39%)과 오뚜기(-20.27%)도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삼양식품과 농심 대비 전체 매출에서 라면 비중(약 20%)이 덜한 오뚜기 주가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덜 내렸다.

최근 라면기업은 기관투자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지난 6월 이후 8월 말까지 기관은 삼양식품 주식을 1166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개인은 삼양식품 주식을 각각 644억원과 587억원 담았다. 기관은 농심과 오뚜기 주식도 각각 77억원과 70억원 내다팔았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최근 주가 조정은 원·달러 환율이 월초 대비 3~4% 정도 하락했고, 중국 선적 지연과 비수기 영향으로 8월 수출이 4~7월 평균 수출 대비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같은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환산 이익이 줄어든다.

이들 라면기업은 해외에서 라면 인기가 늘어난 데 힘입어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뛰었다.

삼양식품은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인기가 실적으로 확인되면서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지난 6월19일 삼양식품 주가는 장중 71만8000원까지 상단을 높이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올해 들어서 이 기간까지 주가가 226.61% 상승했다. 이 기간만 놓고 보면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률(171.9%)보다 높은 수치다.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칠양식품' '삼비디아'와 같은 별명까지 생겨났다.

주가 강세의 배경은 삼양식품의 주력 제품인 불닭볶음면이 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면서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5.1%나 증가했고, 올해 2분기에도 영업이익 89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2019년 50%를 처음 넘었던 해외매출 비중이 올 1분기 68%까지 늘었다.
/농심 제공
/농심 제공
농심과 오뚜기도 라면 수출에 힘입어 올해 들어 6월까지 주가가 각각 47.17%와 28.24% 덩달아 뛰었다. 농심의 올 1분기 해외 수출액은 82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04억)대비 36.1%(약 218억원)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올 1분기 9.4%로 전년 동기(7%) 보다 2.4%포인트 올랐다.

라면이 'K-푸드'의 선봉장으로 꼽히면서 투자자들이 몰리자 주가 과열 논란이 일었다. 삼양식품의 올해 추정 주가수익비율(PER)이 25.5배까지 치솟은 게 예다. 코카콜라 추정 PER 22.7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벌어들이는 이익(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 6월 삼양식품 오너일가가 주식을 전량 매도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들 라면기업의 펀더멘털에 훼손이 없는데다 공장증설로 내년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주가 조정이 매수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삼양식품에 대해 "중국 수출은 국경절(10월), 광군제(11월), 춘절(1월) 수요 등을 감안한다면 9월부터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미 수출은 미국 대형마트 입점과 멕시코·캐나다 수출 확대로 증가 추세에 있고, 유럽 수출은 현지 법인과 유통 채널 확대로 평균판매단가(ASP)와 판매량이 모두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환율 하락에 따른 실적 눈높이 조정은 필요하다"면서도 "내년 증설 계획(40%)과 수요의 계절적 움직임을 감안한다면, 최근 주가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유럽을 주요 타깃으로 17년 만에 국내에 라면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며 "기존 부산 공장 내 수출 생산 능력은 6억개, 신규 공장 생산 능력은 4억7000만개로 완공 후 생산 규모는 약 80% 증가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목표주가 54만원과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한다"며 "최근 주가 조정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많이 완화됐고, 부진했던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에는 국내외 판매량 증가와 원가 부담 완화, 해외 모멘텀 등의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