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프리즈' 개막… 아무리 촉박해도 여기는 꼭 둘러보자
지난해 9월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프리즈 서울은 그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닷새 남짓의 행사 기간 중 둘러봐야 할 부스만 300여개. 15만명의 구름 인파를 헤치고 원하는 작품을 꼼꼼히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4일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KIAF-프리즈 서울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나란히 개막한다. 키아프는 8일까지, 프리즈는 7일까지 열린다. 이번에도 문제는 결국 시간일 터.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반드시 봐야할 '간판 부스'들을 정리했다.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KIAF

이번 KIAF에는 21개국 206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스페인의 알바란 부르다이, 이란의 바반 갤러리, 스위스의 레흐빈스카 갤러리 등 세계 각지의 갤러리 34곳이 처음 키아프를 찾는다. 서구권 명작에 관심이 있다면 파블로 피카소와 막스 에른스트 등을 들고 온 독일 디에갤러리, 페르난도 보테로, 샤갈 등을 목록에 올린 미국 아트오브더월드 갤러리를 방문할 만하다.

눈길을 끄는 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30여곳의 국내 화랑의 변화한 모양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우환, 박서보 등 유명 작가들 위주로 부스를 꾸렸던 반면, 이번 행사에선 개성 넘치는 각양각색의 '간판 작가'들을 내세웠다. 지난 몇 년간 신진 및 중견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등 다변화를 꾀한 국내 미술계의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다.
디에갤러리의 KIAF 출품작인 앙드레 마송의 '놀란 여성(1932). /디에갤러리 제공
디에갤러리의 KIAF 출품작인 앙드레 마송의 '놀란 여성(1932). /디에갤러리 제공
김윤신의 솔로 부스를 준비한 국제갤러리가 그 중심에 있다. 1980년대부터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동한 김윤신은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갤러리현대 부스는 이강소, 이건용, 정상화, 김창열, 이우환 등 거장들을 위주로 구성된다. 가나아트 역시 박석원, 심문섭 등 ‘간판스타’들의 이름을 올렸다.

KIAF에선 이처럼 갤러리와 오래 합을 맞춰온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택상·이건용·남춘모·이강소의 작품을 들고 온 리안갤러리와 권오상·노상호·이정배를 소개한 아라리오갤러리가 단적인 예다. 학고재도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미술상을 받은 엄정순을 비롯해 박광수, 김길후, 강요배 등을 선보인다.
학고재갤러리의 KIAF 출품작인 강요배의 '구름 속에'(2021) /학고재갤러리 제공
학고재갤러리의 KIAF 출품작인 강요배의 '구름 속에'(2021) /학고재갤러리 제공
막강한 체급의 프리즈 서울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프리즈 서울은 지난해 120여곳에 비해 소폭 감소한 110여 갤러리가 참여한다. 근대 거장의 수십억~수백억원대 마스터피스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요즘 세계시장에서 잘 나가는 현대미술 생존작가들의 수억원대 작품이 많다. 지난 3년간 한국 컬렉터들의 소비 패턴을 경험한 국내외 갤러리들이 내놓은 전략으로 해석된다.
독일 갤러리 스프루스 마거스가 프리즈 서울에 출품하는 조지 콘도의 '자화상'(2024) /스푸루스 마거스 제공.
독일 갤러리 스프루스 마거스가 프리즈 서울에 출품하는 조지 콘도의 '자화상'(2024) /스푸루스 마거스 제공.
가장 눈에 띄는 건 막강한 체급을 자랑하는 해외 명문 화랑들이다. 가고시안은 데릭 애덤스를 비롯해 마우리치오 카텔란, 백남준 등 광범위한 작품을 들고 온다. 페이스갤러리는 엘름그린&드라그셋, 카일리 매닝 등의 작품과 이우환의 1980년대 회화를 선보인다. 하우저앤워스의 니콜라스 파티와 루이스 부르주아, 화이트큐브의 가브리엘 오로즈코와 게오르그 바젤리츠 등도 놓쳐선 안 된다.

물밑 작업은 이미 시작했다.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각 갤러리 부스의 대표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에선 나란히 개막하는 데릭 애덤스와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전시가 대표적이다.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은 니콜라스 파티와 국보급 유물들을 컬래버한 전시를 마련했다. 서울 삼성동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선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신작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가고시안에서 프리즈 서울에 출품한 데릭 애덤스의 'Whatever(En Vogue)'(2024) /가고시안 제공
가고시안에서 프리즈 서울에 출품한 데릭 애덤스의 'Whatever(En Vogue)'(2024) /가고시안 제공
한국 작가 작품을 들고 온 해외 갤러리들도 주목할 만하다. 도쿄 갤러리 +BTAP에선 박서보, 최명영, 이진우 등의 주요작을 통해 1960년대 아방가르드 운동을 조명한다. 리만머핀은 김윤신, 이불, 서도호, 성능경 등 한국 작가 4명의 작품을 들고나온다.

국내 갤러리로선 갤러리현대가 전준호 작가의 솔로 부스를 마련했다. 작가의 10년 만의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한 신작을 공개한다. 국제갤러리는 단색화 거장들인 박서보, 하종현과 더불어 이광호, 양혜규, 강서경 등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사진작가 박영숙을 조명한다.

고미술품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걸작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은 올해 아시아 갤러리들에 집중했다. 우손갤러리는 여성작가 이명미의 개인전을, 학고재는 변월룡·정창섭·김환기·이준·백남준·박영하·류경채 등 한국 작가 7명을 소개한다. 가나아트는 장욱진, 최종태, 오수환 등의 작품을 목록에 올렸다.
갤러리현대에서 프리즈 서울에 출품한 전준호 '광휘'(2024) /갤러리현대 제공
갤러리현대에서 프리즈 서울에 출품한 전준호 '광휘'(2024) /갤러리현대 제공
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