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인도의 조마토와 중국의 메이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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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인도의 조마토와 중국의 메이투안
[마켓칼럼]인도의 조마토와 중국의 메이투안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나라마다 음식 배달 사업자들의 지형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국은 배달의민족, 미국은 도어대시, 유럽 딜리버루, 중국의 메이투안, 인도의 조마토 등이다. 음식배달업계는 최근 수년간 경쟁이 줄어들고, 기존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들의 위치가 공고해졌다. 배달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할 수 없어서다. 소매업자 대상 광고 사업으로 사업모델을 확장하지 못한 경우엔 만성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다 고금리 시기를 거치면서 주주들의 추가적인 자금지원도 어려웠다. 그러나 시장 재편 후에도 남아있는 업체들은 대부분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음식 배달 앱은 배달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 주문하는 사람이나 주문받은 음식점에서 각각 1000원, 2000원씩 배달비를 준다고 하지만, 배달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플랫폼 입장에서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이런 사업 모델은 규모의 경제가 생기기도 어렵다. 배달을 더 많이 할수록 인건비도 그만큼 올라가는 구조라서다.

그러므로 이런 플랫폼의 실질적 목표는 결국 광고 사업이다. 음식점 입장에선 배달 앱을 통해 손님을 모을 수 있어 배달비에다 웃돈을 더 주고도 앱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 결국 음식 배달 앱이 음식점의 광고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업모델 범위가 음식점까지라면, 그리고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효용이 배달에만 그친다면 플랫폼의 장기적 수익성이나 성장성 모두 제한될 것이다.

반면 중국의 메이투안은 사업모델을 성공적으로 확장한 사례다. 메이투안은 디엔핑이라는 앱을 운영한다. 앱을 통해 음식점과 소매점에 대한 별점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음식점뿐 아니라, 병원, 마사지샵, 호텔, 관광 등으로 사업 분야를 늘렸다. 음식 배달 외에도 식당 줄서기 서비스, 호텔 예약 서비스 등으로 소비자에게 주는 효용을 늘려나갔다. 중국에선 이번 주말에 어디에 가서 뭘 먹고, 뭐 하고 놀지 계획하려면 메이투안을 열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뤄낸 성과가 소매점 거래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매출로 발생시킨다. 음식점의 경우 배달비와 광고비를 합쳐서 약 15%, 기타 소매점의 경우 5%가량을 수수료로 받고 있다.

요즘엔 인도 조마토의 주가가 과거 메이투안처럼 오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마토의 사업 방향은 음식 배달에 한정돼 있었다. 규모의 경제나 수익성의 한계가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조마토는 퀵커머스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배민의 B마트와 비슷한 서비스다. 이커머스가 발달하지 못한 인도 시장에서, 식료품 등 제한된 품목을 빠르게 배달해줘서 인도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에는 식료품만 배달하다가 최근 품목을 전자제품과 잡화 등으로 확대하면서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거래액은 작년 대비 두배 수준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같은 서비스는 배달 품목을 다양화하기 어렵다. 같은 제품에 대한 가격도 전통적 이커머스 강자인 플립카트나 아마존 대비 비싸다. 플립카트가 기업공개(IPO)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 조마토의 커머스 사업에 대한 가치도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선진시장의 음식 배달앱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음식점들은 배달 앱에 광고비 지출을 꺼리고, 기타 소매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가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미 기타 소매점포들은 광고비를 인스타그램이나 구글 지도 등 온라인 SNS에 지출하고 있다. 최근엔 틱톡이나 릴스 등 새로운 콘텐츠도 경쟁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경쟁 구도와 사업 환경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메이투안의 소매점 광고 수수료율은 코로나19 이전엔 거래액의 10% 수준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이제는 5% 수준으로 낮아졌다. 틱톡이나 콰이쇼우 등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까닭이다.

퀵커머스 사업모델은 중국에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소매점 광고시장에서 메이투안의 위치가 얼마나 공고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